방민호의 살며 생각하며(3)
`평화올림픽` 이후의 평화는…

평창 올림픽이 열렸다. 개막식 공연을 제때 보지 못했다. 대단했다고들 했다. 뒤늦게 찾아보니 1천218개의 드론으로 흰빛 오륜을 허공에 띄우는 멋진 무대였다.

영원한 피겨 챔피언 김연아 씨가 대회 성화에 불을 붙인 것은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녀는 테크닉과 인내력과 음악과 춤을 고도의 예술로 승화시킨 최고의 명인이었다.

평창 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이라고들 한다. 소치 올림픽의 마지막 피겨 갈라 쇼에서 김연아씨는 존 레논(John Lennon, 1940.10.9~1980.12.8.)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하여 아름답고도 순수한 기원의 연기를 펼쳐 보였다. 감동적이었던 이날의 노래 가사는 이렇다.

“천국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위에는 오직 하늘뿐이죠…. 모든 이들이 오늘만을 위해 살아가죠…. 나라도 없다고 생각해 봐요…. 무엇인가를 위해 죽이거나 죽지도 않고…. 또 그런 종교도 없는….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

올림픽은 국가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차별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김연아 씨의 그날 갈라 쇼는 존 레논의 못다 이룬 상상을, 그 비난 받는 올림픽의 현장에서 새롭게 살려낸 환상적인 예술이었다.

유튜브로 김연아 씨의 그날 연기를 새삼스럽게 재생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평화는 그 어떤 가치보다 높은 곳에 있노라고.

몇 주 전 서울에서 열 명 남짓의 인사들이 어떤 자리에 모여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에 관해 환담을 나누었다. 거기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지금 한국이 생각하는 북한 문제와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문제는 그 심각성이나 해결 방법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만약 미국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 북한을 폭격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서울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군의 통신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휴전선에서의 서울에 대한 재래식 포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반민주적 지배 체제를 종식시키는데 아무 희생도 치를 수 없다고 생각해서 될 것인가?

 

지난 11일 새벽, 포항에서 진도 4.6의 지진이 일어났다. 충격이 컸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전쟁을 견딜 수 있을까? 전쟁은 분명 지진보다 참혹할 텐데 말이다.

북한을 제어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고 우리로 하여금 인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닥친다 해도 증오와 적대와 살상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 3월, 4월의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다.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