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얼굴을 가려 변장을 하거나 방호하기 위해 쓰는 조형물을 가면이라 한다. 머리와 얼굴 또는 온몸을 가리는 경우도 있으나 단순히 면(面)이라고도 하며 한국 속언으로는 탈이라고 한다.

탈춤은 한 사람 이상의 연기자가 가면으로 얼굴이나 머리 전체를 가린 채 다른 인물이나 동물 등의 역할을 맡아 극적 장면을 연출하는 형태를 일컬으며 `탈놀이`라고도 한다. 이 놀이는 고대에는 유흥적 놀이로서의 성격보다 제례를 위한 가무로서의 성격이 보다 강했다.

한국 탈춤은 대체로 삼국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며 부여의 영고나 고구려의 동맹과 같은 국가적 행사와 함께 고구려의 무악, 백제의 기악(伎), 신라의 처용무 등 규격화된 놀이문화가 우리 정서에 맞게 고쳐진 것을 그 기원으로 하고 있다.

가면이 갖는 은폐성, 상징성, 표현성에 힘입어 일반 서민들의 정서가 지배층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데 널리 활용되었다. 탈춤은 공연자와 관람자 사이의 경계가 희미한 공연에서 공격의 대상은 파계승이나 몰락한 양반, 부패한 지배층 등이었으며 이들의 부조리함을 폭로함으로써 이들이 내세우는 도덕의 추악함과 특정 계층의 비리를 공격하고 극적 갈등을 더해 관람자의 흥미를 유발했다.

지구촌 겨울 스포츠의 백미인 제 23회 동계올림픽이 지금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이달 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으로 나뉜 민족분단의 슬픔을 안고 있는 한반도에서 열리는 관계로 진보적인 성격을 띤 현 정부에서는 논란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추진해 출전하고 있으며, 북한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 등 500여명이 방남해 각 분야에서 공연과 시범과 응원을 하고 있다.

남북 화해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일부 대한민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박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북한 여성응원단이 지난 10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첫 경기에서 젊은 남성 얼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한 데 대해 `김일성 가면`이 아니냐는 억측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한 언론사가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을 달아 사진 기사를 내보내면서 촉발된 이 논란은 통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해명한 데 이어 해당 언론사도 이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공식 사과함에 따라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며 `김일성 젊은 모습과 똑같으며 경기장에서 체제 선전을 한 것`이라는 의견과, `북에서 젊은이가 생각하는 대표 미남 모습`이라며, 신과 같은 김일성 얼굴에 눈구멍을 뚫고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팽팽하였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한국 대통령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북한 응원단이 대놓고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겠느냐`며 민생은 팽개치고 치졸한 정쟁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으나, 이 가면이 만약에 진짜 김일성 얼굴로 이를 통해 체제를 선전 또는 선동하려고 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유는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념에 그렇게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가면에는 나라를 기울게 하는 진짜 무서운 가면이 있다. 이 가면은 겉으로는 가식적인 웃음과 친절로 국민을 내세우고, 속으로는 개인의 영욕으로 부패한 위정자들이 쓰고 있는 가면이다. 이 가면을 쓰고 있는 위선자들을 국민들이 찾아내어 퇴출시키지 못하면 참 민주주의와 선진국가로의 발전은 요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