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희

비가 오면

온몸을 흔드는 나무가 있고

아,아, 소리치는 나무가 있고

이파리마다 빗방울을 퉁기는 나무가 있고

다른 나무가 퉁긴 빗방울에

비로소 젖는 나무가 있고

비가 오면

매처럼 맞는 나무가 있고

죄를 씻는 나무가 있고

그저 우산으로 가리고 마는

사람이 있고

시인은 비를 대하는 나무와 사람의 모습을 재미있게 대비시키고 있다. 나무는 어떻게해서든지 비와 온몸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반면, 사람은 우산으로 내리는 비를 차단시키고 말 뿐이다. 시인은 인간의 자기중심적 속성과 무반성적인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비아냥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