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천장처럼 막혀 있어서 절대로 그 위로는 올라갈 수 없는 장벽. 즉, 충분한 능력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 특히 여성들이 사회적 또는 제도적 장벽에 막혀 어느 정도 이상은 절대로 성장할 수 없는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작년 가을에 방한하였던 크리스틴 라가르데 국제통화기금 IMF총재는 한국 경제의 심각한 문제로서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매우 저조함을 지적하였다. 즉, 우리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 현상이 더욱 심각함을 언급한 것이었다. 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일할 수 있는 한국여성 가운데 겨우 58%만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OECD 참가국 35개국 가운데 31위라는 것이다. 또한, 남녀간 임금격차도 거의 36%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즉, 똑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여성이라는 단 하나 이유 때문에 봉급을 3분의 2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반드시 극복하여야 할 과제인 것이다.

유리천장은 사실 경제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불거져 나오는 각계의 성희롱, 성추문, 성폭행 문제는 사실 매우 오래된 사건들이었으며 가해자들이 버젓이 `업계의 관행`이었다고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그렇게 참담한 피해를 입어왔던 여성들에게는 참으로 뚫고 솟아오르기 힘들었던 또 하나의 `유리장벽(Glass Barrier)`이 아니었을까. 일상을 지탱하기 위하여 그 같은 폭력과 수치를 당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고 오히려 숨겨가면서 치욕과 고통을 겪어온 세월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그 사건이 오래된 일일수록 오히려 그 고통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그저 관심을 모으는 뉴스거리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걷어내고 진정으로 동등하고 공평한 마당을 만들어 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성차별퇴치를 위한 국민운동`이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에 비하면, 평창의 마당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운동선수라면 그 어떤 정치적, 인종적,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겨룰 수 있는 텃밭을 만들어 낸 올림픽정신이 그래서 새삼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그동안 닦아온 모든 기량을 다하여 당당하게 경쟁하고 이기든 지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또 그 다음의 겨룸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서는 일. 우리 세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여야 할 모습을 스포츠에서만이라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모습을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도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남녀라는 성별의 차이가 어떻게 이처럼 불공정하다 못해 지극히 폭력적인 현실까지 만들어 내었는지 우리는 모두 함께 반성하고 고민하여야 하지 않을까. 여성들 본인에게도 권하고 싶다. 당신들 삶의 현실에서 여성이라는 까닭으로 겪는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하여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시기를. 우리의 딸들이 같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이고도 동등한 능력을 가진 남성들에 비하여 차별적으로 덜 대접받는다면, 그런 일은 이제 참아내지 마시라. 나이든 지위든 그 어떤 압력을 행사하며 당신의 육체를 탐하는 숫컷이 있다면 그 버릇을 고칠 사람이 바로 당신임을 명심하시라. 그런 상황들을 참고 이겨낸들 그 과실이 당신에게 절대로 아름답지 못할 것임도 명심하시라. 경제는 능력에 상응하여 굴러가야 한며, 사랑은 힘으로 획득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차별적 시각을 분명히 거두어야 하며 음험한 흑심을 반드시 도려내어야 한다. 기왕에 뉴스도 되고 관심을 모은 김에, 이제 여성들이 우리 사회 변화의 중심에 당당하게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라와 지역이 한 계단 올라서기 위하여, 우리는 오늘 겪는 차별과 폭력을 반드시 극복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