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걸 전 군수 `1등 공신`
1998년 캐나다서 첫 관심
전국 유일 국제규격 컬링장
2003년 착공 2006년 건립
김경두 경북협회장도 조력
정 전 군수와 센터 건립 주도
딸·사위·아들까지 `컬링인`

▲ 20일 오후 여자 컬링 예선 7차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의성군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컬링 메카로 우뚝섰다. 마늘의 고장인 경북 의성 출신 처녀들이 주축이 된 컬링 한국 대표팀은 20일 미국을 격파하고 올림픽 4강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경북 의성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중계중에 `마늘처녀` 김은정 스킵(주장)이 쏟아내는 “야하고 야를…”식의 투박한 의성 사투리도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한국 컬링팀의 승전보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성컬링장 건립과 이 과정에 산파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시골에 컬링 경기장이 들어선 과정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일의 컬링센터 건립을 추진했던 정해걸 전 의성군수와 김경두 경북컬링협회장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정해걸 전 의성군수는 “지난 1998년 캐나다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연히 컬링 경기를 보고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컬링 경기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고 두뇌운동이라는데 심취했고 당시 우리나라에 정상적인 컬링 경기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꼭 의성에 경기장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정 전 군수는 2003년 4월에 캐나다 토론토를 다시 방문했고 3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서 열린 캐나다 컬링선수권대회를 관람한 뒤 “의성에 컬링 경기장을 세워야 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해 6월 캐나다컬링협회 관계자와 아이스기술자, 선수를 의성으로 초청해 경기장 건설을 위한 도움과 조언을 받으며 경기장 건립을 본격 시작했다.

정 전 군수의 노력으로 국·도비 지원을 받아 2003년 6월 공사를 시작했다. 2004년 2레인 경기장을 완공한데 이어 2005년 말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4레인의 컬링전용경기장을 완공하면서 이듬해인 2006년 비로소 컬링경기장이 문을 열었다.

의성읍 중리리 일대에 들어선 의성컬링장은 한국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이 됐다. 내달 경기도 의정부에 또 하나의 컬링 전용 경기장이 개장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의성컬링장은 한국 유일의 국제 규격 컬링장이다. 현 김주수 의성군수의 노력으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컬링장 확장도 이뤄지게 됐다. 올해 말까지 약 60억 원의 국비를 들여 현재 4개인 레인을 6레인으로 늘릴 계획이다. 의성 컬링장은 이번에 북유럽의 강호인 덴마크와 스위스,핀란드 대표팀이 베이스 캠프를 차릴 정도로 지역홍보에도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의성을 컬링 본고장으로 만든 또다른 공신으로는 김경두 경북컬링협회장이 꼽힌다. 김 감독은 정해걸 전 군수와 함께 의성컬링센터 건립을 주도했고 또 가족들도 컬링맨일 정도로 컬링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의 딸은 김민정 여자컬링국가대표팀 감독이고 사위 장반석씨는 믹스더블국가대표팀 감독, 아들 김민찬씨는 평창올림픽 컬링 남자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중이다.

의성 컬링은 컬링장 개관과 동시이 지역 초중고교생들의 생활스포츠로 시작됐고 현재 평창 올림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국가대표 컬링 선수들은 이런 토대위에 배출됐다.

한국 컬링 대표팀은 `경북 대표팀` 또는 `의성 대표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팀 전원이 경북체육회 소속이고 의성 출신이다.

한국 컬링 대표팀 15명(선수 12명, 감독 3명) 가운데 무려 12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특히 의성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다. 믹스더블의 장혜지(21)와 여자 대표팀 김은정(27), 김영미(26), 김선영(24), 김경애(24)는 의성에서 태어나 의성여고를 졸업한 `의성의 딸들`이다. 김은정과 김영미는 의성여고 1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가 국가대표까지 됐다. 김경애는 친언니 김영미를 보러 컬링장에 따라갔다가 컬링을 시작했고, 김선영은 친구인 김경애의 권유로 컬링에 입문하게 됐다.

남자 대표팀의 `스킵`을 맡고 있는 김창민(32)은 의성에서 태어나 의성고를 졸업한 `의성의 아들`이다. 또 남자 대표팀의 성세현(27), 오은수(25)는 구미 출신이지만 각각 의성공고와 의성고를 졸업하며 컬링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정해걸 전 의성군수는 “의성컬링장을 건립할 때 시골에 컬링장을 지어서 뭘 하려고 하느냐 등 반대가 많았다. 반대를 무릅쓰고 컬링장 건립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욕도 많이 먹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의성군민들은 이제 너나없이 “가즈아~ 금메달로!”를 외치며 한목소리로 컬링팀을 응원하고 있어 지역을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

의성/김현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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