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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 대한 애정 표현을 자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구·경북은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거나 보수의 본산·심장·성지 등 보수와 관련된 온갖 수식어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이 달서병 당협위원장으로 나설 정도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적극적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지역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우파정당을 자연스럽게 지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자신하고 있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과거 우파정당 후보는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만큼 대구·경북은 철저히 우파 진영과 그 후보를 지원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만 봐도 우파정당 후보는 넘쳐나 치열한 당내 경선을 벌여야 할 정도이다. 집권여당 후보는 오히려 인물난을 겪고 있는 점에 비춰봐도 이 같은 현상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자청해서 대구·경북발전위원장을 맡겠다고 했을 정도이다. 이날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경북도지사는 한국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라는 사족까지 달았다.

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에게 대구취수원 이전 각서를 받겠다고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당 대표의 명령에 가까운 지시사항을 듣는 듯하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등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대구취수원 각서 요구와 관련해서는 구미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며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경북도지사 후보 조기 가시화에 대해서도 예비 후보군에 속하는 이들 중 몇몇은 특정인사를 전략 공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대구·경북에서 우파보다는 좌파를 지지하는 20,30대가 증가하고 전통적인 지지층이었던 60대 이상도 서서히 옅어지며 중도성향을 보이는 가운데 40,50대도 어느 방향인지 가늠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지난 대선에서 확인됐다.

심지어 과거 공직생활을 하고 은퇴해 연금을 받는 60대 이상 층들은 이른바 지역에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이들이지만 우파에 대한 지지세보다는 비난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이들의 연금 인상률을 5년간 동결시킨 것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며 이른바 홍 대표의 막말 등을 이유로 우파정당에 대한 지지세를 거둬들이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에는 한국당 홍 대표가 지역에 내려와 발언하면 오히려 당 지지세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안타까움마저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인사들간에는 홍 대표의 전략공천 인사를 지목하는 이른바 `홍찜후보` 리스트까지 등장하고 있다.일부 인사는 홍 대표 최측근과 서울에서 회동하고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풍문마저 돌고, 일부는 `나도 그렇다`라는 웃지 못할 이상한 미투(Me Too) 현상까지 엿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대구·경북에 나돌았던 `진실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퍼뜩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 진실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통해 여론조사를 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나가는 점을 거론치 않더라도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은 과거가 증명하고 있다.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이미 학습효과를 지닌 대구·경북지역민들로서는 크게 유쾌할 리 만무하다. 역사의 한켠에서 단 한줄도 언급되지 않을 한물간 친박, 진박 논쟁이 대구·경북에 다시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