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울릉 대형여객선
2년여 뒤 수명 다하는데…

국내 최장거리 여객선 항로인 포항~울릉 간을 운행하는 대형여객선이 끊길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 구간을 운행하는 정기여객선인 썬플라워호(총톤수 2천394t·정원 920명)의 선령이 2020년 8월이어서 배의 수명이 곧 끝나는 데도 여객선사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뒷짐만 지고 있다.

운영 여객선사 대저해운
500~600억 자금 소요 빌미
유류대 전부·일부 지원 등
울릉군에 무리한 요구만

郡은 지원근거 찾느라 `허덕`
주민 편의 책임 진 해수부도
결정된 것 없다며 뒷짐만

썬플라워호의 후속 선박이 제때에 취항하지 않으면 울릉도 뱃길은 일기불순으로 인한 잦은 결항과 뱃멀미 등으로 `지옥의 항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포항~울릉 항로에는 대형여객선인 썬플라워호와 388t급 썬라이즈호(정원 442명), 534t급 우리누리1호(정원 449명) 등 3척이 운항중이다. 하지만 높은 파도와 장거리 운행으로 울릉주민과 독도 관광객들은 대형여객선 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대형 여객선 건조에 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쯤은 썬플라워호 대체선박 운항에 관한 대략적인 밑그림이 나와야 할 시점이지만 관련 선사와 해당 주무관서인 해양수산부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앞길이 캄캄한 상황이다.

울릉 주민들은 “울릉도 유일의 대중교통수단인 여객선이 25년 전으로 퇴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울릉 주민들은 “1천~2천명이 거주하는 서·남해의 섬에 수천억원을 들여 연륙교를 건설하면서 주민 1만명에 관광객 35만명이 이용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다니 말이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칫 대형여객선 건조에 실기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대아해운으로부터 포항~울릉 노선을 128억 원에 사들이고 썬플라워호를 임대해 운영 중인 대저해운은 대체 여객선이 필요한 실정인데도 운항경비 보조를 요구하며 대형선박 건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울릉군민을 볼모로 잡고 관계기관을 상대로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저해운은 대형여객선 건조에는 500억~600억 원의 큰 자금이 들어가는 관계로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선박펀드를 통한 대출을 원하고 있다. 선박펀드를 통한 대출을 받으려면 국내 조선사에서 선박을 건조해야 하는데, 동해항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파도 3.4m 이상에서 운항이 가능한 2천500t급 이상,시속 40노트 이상인 대형 여객선은 국내에서 건조할 수 없어 대출조건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포항~울릉항로에 대형 여객선 투입이 절실한 만큼 정부를 상대로 “해외에서 건조토록 예외규정을 적용해 달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대저해운은 또 울릉군이 유류대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면 썬플라워호 급의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울릉군 관계자에 따르면 어떤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선박운항에 따른 손실과 무관하게 상시로 유류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선 운항에 필요한 유류는 지금도 면세를 받고 있어 대저해운이 구체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룹사의 재정여건이나 상황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답답하기는 울릉군도 마찬가지이다. 해운법상 지원이 불가능하자 울릉군은 다른 법으로 지원할 방안이 없는지 근거를 찾으려 백방으로 뛰었다.`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및 농어촌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선사 지원이 가능한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고 있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싶지만 이마저 현재 울릉~포항 노선이 복수노선이어서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는 선거이슈로도 등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칼자루와 부담은 오롯이 해양수산부로 넘겨지게 된다. 해운법 제12조 및 제14조에는 대체선박 문제에 정부의 개입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대체선박은 수송안정 확보, 여객운송 서비스 질 향상,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선박의 개량, 대체 및 증감을 명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가 울릉도 주민들의 뱃길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포항~울릉항로를 관할하는 일선 관서인 포항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울릉도 주민들의 걱정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 다만, 대체선박은 현재 운항하는 선박의 기능을 갖춰야 하고 안전에 대한 필요한 사항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선박 신고가 들어오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한가한 현실인식이다. 대저해운이 대체선박 건조 신고를 해오지 않는 이상 뒷짐만 지고 있겠다는 안이한 태도다.

여객선사는 지원을 바라고, 울릉군은 지원근거가 없어 손을 쓸수 없고, 해양수산부는 뒷짐을 지고 있어 3자가 모두 책임을 나눠지고 가는 형세다. 울릉도 주민들의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대형 여객선 건조문제를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듯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