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한국산 철강 제품 53% 고율 관세 권고안 발표
美 현지공장 설립 등 대응책 마련 골머리
“관세 조치는 정부 정치행보와 연관” 분석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53%의 고율 관세 권고안을 발표하자 대미 수출량이 가장 많은 유정용강관 업체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넥스틸,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 대미수출 강관업체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 다각도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인수한 세아제강은 물론 미국에 공장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넥스틸도 적극적인 대응전략 마련에 나섰다.

미 상무부의 이번 53% 관세 조치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강관업체들에게는 사실상 미국으로 수출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강관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고관세조치는 오는 4월 11일 미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 이전에 한국 정부차원의 또다른 협상카드(?)를 내놓는다면 최종 판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측이 유독 한국에만 이 같은 폭력적인 무역 관세조치를 퍼붓는 것은 최근 정부의 정치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일 넥스틸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이번 조치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설립하려는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태국공장과 함께 생산라인 1개씩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상무부는 2014년 7월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고율(9.89~15.7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제철 15.75%, 넥스틸 9.89%, 세아제강·휴스틸 등 기타업체 12.82%다. 이후 지난해 4월 1차 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넥스틸 24.92%, 세아제강 2.76%, 기타 13.84%로 상향 조정했다.

넥스틸은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예비판정 8.04%에서 3배 넘게 증가했다. 2차 연도(2015-2016년)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도 넥스틸은 46.37%의 덤핑마진율을 맞았다.

넥스틸은 매출 대부분이 수출이고, 미국 비중이 가장 높다. 포항1·2공장 총 5개 라인 중 4개가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2010년부터 꾸준히 유정용강관 대미 수출량 1위를 기록해왔다. 유정용강관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넥스틸은 보유 중인 생산라인 5개(연산 72만t 규모) 중 12만t 규모의 생산라인 1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시장 진출이 난관에 부딪치자 국내 철강사들은 판매활로를 위해 미국 현지진출은 물론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아제강은 2016년 말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유정용강관 제조 및 프로세싱 업체 두곳(라구나튜블라 프로덕트 코퍼레이션, OMK튜브)의 자산을 인수, `SSUSA(SeAH Steel USA, LLC.)`라는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또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연짝지역에도 연산 7만5천t급 강관공장을 건설 중이다.

세아제강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현지 철강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지만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베트남 철강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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