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중모드 견지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한 남북해빙무드로 남북 정상회담 성사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북핵문제를 겨냥한 북미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신중모드를 견지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식 제안으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냉정한 태도로 다시 한 번 속도 조절을 강조하는 동시에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동시에 진전되지 않고서는 한반도 북핵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일 김여정 특사를 통한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의 국제정세속에서 정상회담이 당사자인 남북 정상의 의사만으로 추진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북핵과 관련 대북제재 연합전선의 맹주인 미국과 북한간 대화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이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것뿐 아니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북미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대화도 진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구성,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 등 일련의 남북화해 기류가 확산되면서 북미 간 대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조속한 정상회담 기대에 제동을 걸면서도“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 이뤄지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역시 지난 17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 예고 동영상에서 “외교장관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이 준비만 돼 있다면 언제든 무릎을 맞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 고위급 인사가 한 말 중 가장 진전된 내용”이라면서 “최대의 압박을 얘기하던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먼저 대화하자고 제안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북한에 먼저 가지고 오라는 정도로 말한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임박한 징조라고 풀이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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