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객 발길 붐빈 영천 호국원
전국서 8만명 넘게 찾아
가족 단위로 경건히 추모

▲ 지난 17일 영천호국원 야외 봉안묘에서 방문객들이 모인 가운데 고인을 기리며 참배하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영천시 고경면 청정 2리 산 3번지. 대구·경북지역 유일의 국립묘지인 영천호국원이다. 지난 2001년 1월 개원했으며 4만198위가 안장 또는 봉안돼 있다. 6·25 참전용사가 70%, 국가유공자 16.5%, 월남참전유공자 12%, 제대군인이 1.5%다.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이 있고 경기도 이천, 전북 임실, 경남 산청, 경북 영천에 국립호국원이 설치돼 있다.

설 연휴인 지난 17일 영천호국원에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가 몰렸다. 넓은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국원 입구에는 추운 날씨에도 꽃을 팔아 생계를 이으려는 상인들까지 가세해 혼잡했으나 조상을 찾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영천 호국원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영천호국원을 찾은 방문객은 8만명이 넘었다. 지난해 설 연휴 7만4천명보다 크게 늘었다. 저마다 가문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어린이에서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함께 발걸음을 해 연령층도 다양했다.

6·25참전 용사가 모셔져 있는 충령당 2관은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대기인원이 200명이 넘었다. 한 가족당 허가된 참배시간도 10분으로 짧아 모두가 서둘러 참배를 하고 돌아서 나가기에 바쁘다.

참배객 이모(63·부산 해운대구)씨는 “6·25 참전용사인 장인 어른을 찾아뵙기 위해 이곳을 들렀다”며 “살아생전 사위에게 늘 따뜻했던 장인의 모습이 호국원을 방문할 때마다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참배할 때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숙연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참배하러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모(54·여·부산 사하구)씨는 “가족들과 함께 시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찾아왔다”며 “생전에 시아버님은 무뚝뚝하셨지만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문모(27·영천시)씨는 “돌아가시기 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었다”며 “이제서야 취직이 돼 인사를 올리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야외 봉안묘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저마다의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고인을 추모하는 참배객이 곳곳에 꽃무덤을 만들고 있었다. 고이 모셔진 꽃다발 위로 호국영령을 기리는 방문객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한결같이 “요즘 들어 젊은 세대들에게 호국정신이 퇴색되는 것처럼 느껴져 걱정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휴전중인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도록 자녀들과 얘기라도 하기에는 10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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