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래<br /><br />DGIST 교수
▲ 이공래 DGIST 교수

작년 연말 한국공학한림원은 2025년 우리나라를 이끌 100대 기술과 이들 기술을 다루는 핵심 인물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76명의 과학기술자들이 주요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100대 기술과 인재를 발굴해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과 주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기술로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충전기술 등 모두 34개를 선정해 소개했고, 스마트화를 견인하는 기술로서 스마트 해양, 조선 개발 및 제조기술 등 21개를 소개했다.

이 외에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뤄갈 기술로서 친환경 수송시스템 핵심모듈 기술 등 16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라이프 케어기술 등 15개,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선도역할을 할 기술로서 자율 주행자동차 기술 등 14개를 포함, 모두 100개를 최종 선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100대 기술을 선정하면서 이들 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과학기술자 238명을 동시에 공개한 점이다. 76명의 심사위원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 핵심 과학기술자들은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각 분야에 또 전국의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대구경북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자는 모두 13명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소속 기관은 포항제철 7, 포스텍 2, DGIST 1, 로봇융합연구원 1, 경북대 1, 벤처기업 1 등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선정된 인물 13명은 전체 숫자의 6% 밖에 안 된다. 이 지역 인구나 산업생산 비중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7년 후 한국을 이끌 100대 기술을 선정한 것은 전문가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됐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술혁신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국공학한림원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지역산업의 미래가 우려되고, 과연 현재의 과학기술로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포스텍, DGIST 등 우수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낮게 나타났는지 원인을 성찰해야 하겠다.

과학기술은 나무의 뿌리로 비유된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줄기나 가지가 아무리 커도 열매를 맺기 어렵다. 열매를 맺는다 해도 부실하다. 뿌리를 얼마나 깊게 또 튼튼하게 땅 속에 내리느냐에 따라 가뭄이나 비바람을 이겨내고 건실한 열매를 맺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국가, 기업, 대학, 기관 등 조직이나 지역이 보유하는 과학기술은 곧 그들의 뿌리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는 조직이나 지역은 잠시 열매를 맺을지라도 얼마 가지 않아 시들게 된다. 특히 치열한 시장 경쟁을 치러야 하는 기업에게는 어떤 유형의 뿌리와 건강성을 갖추느냐에 따라 혁신과 성장, 나아가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한다.

과학기술을 나무의 뿌리로 비유했지만 기실은 사람이다. 과학기술지식은 사람의 두뇌 속에, 혹은 손끝에 묻어 있다. 사람이 기계도 다루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며, 과학과 기술을 혁신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공학한림원이 2025년 한국을 이끌 미래 100대 기술을 선정하면서 관련 과학기술자를 동시에 선정한 것은 옳은 일이다.

지역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정책이나 경영은 복잡하게 볼 필요 없이 곧 과학기술자를 잘 가꾸고 관리하는 일이다. 물을 제대로 공급하고 있는지, 토양이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습도나 온도는 적절한지 과학기술자들이 활동하는 환경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공학한림원의 조사결과처럼 지역에 우수 과학기술자가 적다면 그들이 살고 활동하는 현장을 깊이 있게 살펴볼 일이다. 더이상 열매만 보지 말고 과학기술자들이 사는 환경을 관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겠다. 그리고 우수 과학기술자들이 지역에 터 잡고 정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