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살구꽃

살구꽃

그 많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밤에도 가지마다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 매어 다는 걸 봐

생각나지, 하루 종일 벌떼들이 윙윙거리던 거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도

전깃줄은 그렇게 울었지

그래

살구나무 어디인가에는 틀림없이

살구꽃에다 불을 밝히는 발전소가 있을 거야

낮에도 살구꽃

밤에도 살구꽃

시인의 상상력이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봄에 피는 살구꽃들과 벌떼의 잉잉거림이 희망차고 역동적인 서정을 이뤄내고 있다. 꽃 앞에서 불의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봄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환하게 밝은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