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등 한국영화는 부진

▲ `블랙 팬서` (왼쪽부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쇼박스 제공), `골든슬럼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설 연휴 극장가를 평정했다. 연휴에 맞춰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둬 `명절엔 한국영화`라는 공식도 깨졌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블랙 팬서`는 설 연휴첫날인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으며 모두 186만5천57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51.5%, 개봉일인 14일부터 누적 관객수는249만9천75명이다.

김명민·오달수의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65만6천122명,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가 64만3천348명을 불러모아 각각 2·3위에 올랐지만 관객수는 `블랙 팬서`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정우 주연의 사극 `흥부`는 사흘간 관객수 22만3천200명에 그쳤다.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기대작을 내놓는 설 연휴에 외국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는 이례적이다. 지난해는 `공조`와 `더 킹`이 나흘간 각각 300만명, 182만명을 불러모으며 쌍끌이 흥행을 했다. 2016년에는 `검사외전`이 닷새 동안 478만명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휩쓸었다. 설 연휴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외국영화는 2009년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정도다.

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첫 작품인 `블랙 팬서`는 고정 관객층이 워낙 탄탄한 데다 북미보다 이틀 앞서 개봉하며 명절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한국영화 경쟁작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

`골든슬럼버`는 누명 쓴 택배기사의 도주극에 친구들의 우정이라는 감성적 요소를 가미했다. 그러나 두 이야기가 서로 겉돌아 긴장감만 떨어지고 억지 감동을 강요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흥부` 역시 김주혁 등이 호연했지만 엉성한 스토리에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이들보다 한주 앞서 개봉한 `조선명탐정`은 이날까지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각각 2011년과 2015년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시리즈 전편들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연휴를 2주 앞두고 극장에 걸린 `염력`은 개봉초반부터 혹평이 쏟아지면서 상영관이 급감한 끝에 연휴 사흘간 400여명이 관람하는데 그쳤다.

한국영화들이 예상 밖으로 부진한 데다 동계올림픽이 겹치면서 설 극장가는 예년보다 한산한 편이다. 15~17일 총 극장관객수는 373만7천920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관객을 더해도 지난해 설 연휴 나흘간 583명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