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숫자들`의 송재경, 솔로 데뷔
`손금` 등 10곡 담긴 정규 1집 발매

▲ `9와 숫자들` 송재경.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2009년 인디 음악계에 잔잔한 반향을 몰고 온 밴드가 있다. 면면은 특이한데 노래는 1970년대 포크송처럼 따스했다. 바로 밴드 `9와 숫자들` 이야기다.

멤버들의 예명은 숫자다. 9는 보컬 송재경, 0은 기타 유정목, 4는 베이스 꿀버섯, 3은 드럼 유병덕이다. 이 가운데 송재경은 한국 인디사가 교과서에 실린다면 이름이 나오길 기대해볼 만하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초기 설립자 중 하나다.

`9와 숫자들` 활동 9주년을 맞이한 올해, 밴드에서 작사·작곡과 보컬을 도맡아온 송재경이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변곡점에 선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밴드에서 제 정체성이 굉장히 강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콜콜한 얘기를 밴드라는 `조직`을 통해 풀어내는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정규 3집 `수렴과 발산`에선 개인적인 생각을 배제했는데, 그러고 나니 또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밴드에 제 사사로운 욕망을 투영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편하네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타이틀곡 `손금` 등 10곡이 담겼다. `문학소년`, `통근버스`, `방공호`, `작은마음`은 과거에 낸 솔로 싱글을 다시 믹싱해 담았고, 6곡은 새로썼다. 잊히는 것, 연약한 것에 대한 애정이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앨범명 `고고학자`를 지을 때 한자 뜻이 참 좋았어요. 생각할 고(考)에 옛 고(古). 옛것을 생각한다. 전 과거를 굉장히 많이 생각해요.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요.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밥 먹고 사느라 옛것을 잊어버리죠. 노래로라도 이 말을 붙잡아두고 싶었어요.”

이런 안타까움이 짙게 드러나는 건 수록곡 `앞바다`다. 4년 전 인천 송도로 이사 온 뒤 곡을 썼다. `손바닥만큼 내가 차지한 자리/ 누구에게도 양보 못 한다고/ 밀물에 젖은 검은 흙으로/ 궁전을 짓고 조개 방벽을 쌓네`라는 가사가 쓸쓸하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미래와 과거의 연결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좋아 보이는 대로 개발하죠. 그래서인지 어떤 곳은 굉장히 낙후했고 어떤 곳은과도하게 장식적이에요. 직장인들이 안주머니에 사표를 품고서, 무엇인가 포기해가면서 이 땅에 버티고 사는 이유가 뭘지 고민했어요.”

송재경은 `9와숫자들`의 노래가 복고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따분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복고`는 현재와 단절된 옛것을 의미할 때가 많아서다.

“오늘날 영국 밴드들에선 데이비드 보위, 롤링스톤즈, 비틀스, 퀸의 흔적을 찾을수 있거든요. 문화 발전에 역사성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게 단절적이에요. 건축도 마찬가지죠.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전통을 보여주거나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없는 유리로 된 초고층건물들. 제가 미래의 선지자로부터 텔레파시를 받아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복고`가 다른 식으로 해석되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에 포스코건설 전략기획팀 과장으로 `투잡`을 뛰는 그에게 직장생활비결을 물었다. 2009년 입사했으니 `9와 숫자들` 활동 시기와 겹친다. 송재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딴짓하느라 일 못 한다`고 흠 잡히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꽤 일을 잘하는 편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웃어 보였다.

`9와 숫자들`은 9주년이 된 올해 매달 9일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9일에는홍대 블루라이트홀에서 `올나인파티`(ALL 9 PARTY)의 첫 번째 공연을 했다. 연내 새앨범도 낼 예정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타 사운드 중심의 록밴드잖아요. 여태까지는 정체성이 갈팡질팡했던 것 같아요. 솔로 앨범으로 개인적인 것들을 털어냈으니 앞으로 밴드에선좀 더 기타가 또렷한,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