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자 꽃젓갈 대표

▲ 이성자 꽃젓갈 대표가 저장소에서 숙성 중인 `게와 멸치액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항의 긍지와 자긍심을 걸고 항상 최고의 젓갈을 만들겠습니다.”

포항의 유명 관광명소인 칠포해수욕장 인근을 지나다 보면 한적한 도로 근처 `꽃젓갈`이라는 간판이 시선을 끈다. 무심코 지나가면 주택이나 식당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포항지역 내 유일한 젓갈 생산 전문업체이다.

그것도 경북 농어업인 대상 수상과 국내 최초·유일 HACCP인증 젓갈업체 등 우수한 성과를 내는 지역 강소기업으로, 전국뿐만 아닌 해외로의 진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만난 꽃젓갈의 이성자 대표는 `젓갈`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가업을 잇게 되면서부터라고 운을 뗐다.

30년 가까이 죽도시장에서 젓갈 장사를 해오시던 이 대표의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자 가업을 이을 누군가가 필요했고, 당시 찻집을 경영하던 그가 적격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 대표는 어머니의 젓갈 노하우를 전수받아 전통음식인 젓갈의 `현대화`를 꿈꾸며 연구를 시작, 지난 2011년 첫 젓갈을 담근 후 전국의 젓갈을 맛보고 다니며 공부와 연구를 거듭해 왔다. 벌써 8년째다.

이성자 대표는 무엇보다 젓갈의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는 `최고의 재료`로 만든 음식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

정제수를 사용하지 않으며 꽁치와 멸치 등 젓갈에 사용하는 생선은 내장이 터지지 않은 깨끗한 국내산으로만 고집하고, 생선을 절이는 소금은 신안에서 직접 공수한 천일염만 사용한다. 여기에 소금을 받아다가 2년 동안 간수를 빼서 저온으로 숙성에 사용하는 정성을 더했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정성 가득 담은 젓갈은 도대체 어떤 맛을 내는지 궁금함을 불러올 지경이다.

이에 꽃젓갈의 대표 제품인 `멸치 무침수(액젓)`를 직접 물에 섞어 떠먹어 봤다.

비린내는 커녕 시원한 `어묵 국물`이나 혹은 깊은맛의 `멸치 육수`를 마시는 듯한 감칠맛이 입에서 맴돌았다. 생선 비린내로 진동하는 시중의 보통 `젓갈`에 비하면 어떠한 이질감도 없이 모든 요리에 깔끔하게 조화될 법한 맛이었다.

보통 제품을 수개월간 숙성시켜 출하하는 일반적인 생산 방식과는 달리, 이성자 대표의 젓갈은 2년이라는 긴 숙성기간을 거친다. 서서히 시간을 두고 깊은맛이 우러나오도록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로 숙성하는 것이 이러한 감칠맛의 비결이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청결한 위생 상태도 필수다.

이 대표는 시중 젓갈이 가진 편견을 떨쳐내고자 누가 언제든 생산 현장을 찾더라도 공개할 수 있을 만큼 위생에 신경 쓰고 있다. 이에 지난 2013년에는 젓갈업체 최초로 HACCP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HACCP(해썹)`이란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위해 요소가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이성자 대표는 “당시 HACCP심사 위원들이 하수구까지 열어봐도 되느냐고 물어 흔쾌히 열어보라고 했다”며 “음식의 기본은 위생이라는 생각에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언제 어느 누가 와도 깨끗한 제조 시설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꽃젓갈은 영덕대게와 멸치를 액젓으로 담근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영덕대게는 가격이 비싸 젓갈로 만들 엄두를 내기 어렵지만 이 대표의 집념으로 결국 `최초`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향후 새로운 제품의 출시 계획은 없느냐는 물음에 이성자 대표는 망설이다 “청어로 만든 젓갈을 한창 연구 중”이라고 대답했다.

신제품 관련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개해도 되는지 되묻자 `아무나 우리 제품처럼 절대 만들 수 없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종류의 젓갈을 누군가 담글 수는 있어도 똑같은 맛과 깨끗한 위생 상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다는 것. 그만큼 이성자 대표에게 젓갈은 자부심이자 자식 같은 존재다.

이성자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는 한결같은 맛과 위생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젓갈 저온숙성창고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계화 공정으로 만들지 않고 손수 생산하는 최고의 맛을 항상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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