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설,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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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02.13   게재일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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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부식

시인·포항문인협회장
 

입춘 맹추위가 겨우 물러간 섣달 그믐께다. `평창 동계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고 코앞이 설인데, `톡 톡, 탁 타닥 탁….` 이러저러한 연유로 고향에 가지 못함을 스마트폰 문자로 미리 알리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귀성객들이며, 회사가 전세버스를 마련하고 선물보따리도 잔뜩 안겨서 잘 다녀오라며 공장직원들을 배웅하던 모습. 50·60대 이상인 분들이 기억하는 설 귀성풍경이다. 이 세대는 친구들과 양달진 흙담벼락에서 시린 손 호호 불며 겨울볕 쬐었고, 흐르는 콧물 닦아 내남없이 소매가 반지르르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처녀 총각에 이르러서는 서울로, 울산공단으로, 중동에 이르기까지 천지사방으로 흩어져 생의 일터를 일구다 보니 어언 60에 이르고 칠순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이제는 추사의 말처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녀손자가 모이는 일(高會夫妻兒女孫·고회부처아녀손)`이라면서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는 섣달그믐 이전부터 자식들이 설에 오기를 기다리고 꿈을 꾼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아들·딸들은 저마다 일터의 상황, 살림 형편으로 설이 되어도 고향에 오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휴에도 여전히 일해야 한다. `나홀로족`, `1인가구` 등 개인화된 가족형태에, `공시생`이니 `취준생`이니 해서 부모님께 늘 미안해하는 젊은이들도 숱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고 세태에 장·노년층도 시대와 형태는 다르지만 익히 겪었던 일이라 자녀들의 상황, 젊은 층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본다.

그래도 아쉬워 `톡 톡, 탁 탁` 침침한 눈으로 한 자 한 자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려 안부를 조심스레 묻는다.

그러면 자녀들은 `톡톡톡 타다닥 톡톡`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고 싶은데 일이 바빠서요`, `좋은 과일 택배로 부쳤습니다`라는 등 응답을 할 것이다. 물론 자판보다 음성으로, 화상으로 외국까지 실시간으로 안부를 묻는 시대라서 앞서 말한 상황들은 어른 세대의 아날로그식일 뿐이다.

인터넷, SNS 시대다. 디지털 기기 덕분에 설 명절의 시·공간도 실시간이고 좁혀졌다. 아무리 멀리 있고 흩어져 있어도 인터넷, SNS로 안부를 전하고 묻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한 풍요로운 시대다.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하지 않다. 김 한 장을 잘게 나눠 상에 올리고, 형제자매가 많아 설빔을 물려받아 입던 때도 아니다. 해외에 나가 제사상 차리는 판이라 조상들도 덩달아 해외 나들이하는 시대고, 넘쳐나는 옷으로 아이들도 때때옷이 뭔지 모르는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안부를 묻든 젯상을 들고 해외로 나가든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은 시대다.

설이란 무엇일까? 옛날, 사라진, 낡고 닳은, 낯익은 것들이 명절이게끔 하지 않을까? 설은 옛날과 지금이 만나는 아날로그 시·공간이다.

조상의 이름으로, 가족의 이름으로 모여 오랜만에 콧김 내뿜으며 서로의 훈기를 느끼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세배 올리면 노부모는 눈시울 적시다가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어여 먹어라. 많이 먹어라`면서 주름진 웃음이 환히 번지는 날이다. 설날은 가족이 함께 따신 밥 먹는 날,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만남이다.

그렇지만 여러 여건상 온가족이 한 상에서 같이 밥 먹기 힘들다. 이럴수록 우리는 서로 더 안부를 물어야 한다. 디지털 방식이든 아날로그 방식이든. `얘야! 잘 하거라. 너를 믿는다.`, `보고 싶고 가고 싶지만…,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안부를 물으며 세상살이 힘을 얻는 설이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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