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윤 후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간다
깊이 들어갈수록 숲은 등을 내보이며
멀어지기만 한다 저 너머에
내가 길을 잃고서야 닿을 수 있는
집이라도 한 채 숨어 있다는 말인가
문 열면 바다로 통하는
집을 저 숲은 품에 안고 성큼
성큼 앞서 가는 것인가 마른 잎이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길 잃은 마음이
숲에 들어 더 깊은 숲을 본다
우리의 인생길을 숲에 들어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숲에 들어 걷다보면 더 깊은 숲을 보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 방향을 잡지 못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다시 막막한 숲속에서 길을 찾고 길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구도와 순례의 시심을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