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했던 김여정 노동당제1부부장을 비롯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박3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11일 밤 돌아갔다. 김여정이 전달한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초청과 대북특사 등을 놓고 정치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동맹국 미국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치권도 국민들도 자중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 실용적 대응방안을 차분히 찾아나가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건 조성`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이는 무조건적 수락이 아님을 의미한다”며 “중요한 것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평당 박지원 의원은 “핵 폐기도 대화를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그 어떤 회담도 북핵완성 시간만 벌어주는 이적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적행위라면 문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수위를 한껏 높였다. 국민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만 가능하다”고 말했고,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핵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북한만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고 꼬집었다.

김여정 특사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의 대북특사와 관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해찬·박지원·임종석·정의용·서훈·반기문·문정인·임동원·정세현 등 정당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사들이 벌써부터 특사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희호·권양숙 여사도 입줄에 오르내린다.

정말 걱정인 것은 방한 중 북한대표들과의 접촉을 노골적으로 기피하고 돌아간 펜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해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여당 정치인들을 비롯한 진보 언론들이 미국 부통령을 향해 `결례`라며 맹비판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에 오기 전부터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 달라`며 접촉불원(接觸不願) 입장을 미리 밝힌 펜스 부통령의 의지를 상기할 때 이는 과도한 비난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긴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북특사`나 `문 대통령 방북` 같은 이벤트는 핵심의제가 아니다. 북한의 제안은 문재인정권을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핵 무력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벌고자하는 저들의 속셈을 간파하고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칼을 빼놓은 채 화려한 칼집만 들고 한가롭게 전장에 나가는 것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초점은 `북한`이 아니라 `북핵`이다. 냉철한 이성으로 동맹국 미국과 함께 원칙 있는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