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를 보다보면 개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민사소송에서 상상이상의 엄청난 금액을 선고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됐으며, 이후 미국에서 도입 시행되고 있다.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는 실제 피해액과 무관하게 엄청난 고액이 부과된다. 보상적 손해배상 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장래에 그러한 범죄나 부당 행위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또는 기업)이 그러한 부당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에 주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수년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제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이번에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으로 기술탈취 뿌리 뽑기에 정부와 여당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우선 가해혐의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에 도입한다. 이로써 기술침해혐의 기업은 자사(自社)의 기술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해명해야 하는 `입증책임`을 갖게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탈취 관련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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