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제 새벽 발생 강진
진앙과 4.6㎞ 떨어진데다
석달이나 지난 시점인데도
본진 다음 최대규모 `이례적`
“에너지 1/16 수준 여진”
기상청 발표에도 불안감
전문가들조차 의견 엇갈려

▲ 11일 오전 5시 3분께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흥해읍 학천리)에서 규모 4.6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건물 외벽과 유리가 파손돼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여진이냐 새 지진이냐”

포항이 또다시 지진공포에 휩싸였다. 기상청은 11일 오전 5시 3분께 포항시 북구 북서쪽 5㎞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6의 지진이 지난 해 `11·15지진`의 여진이라고 발표했다.

<관련기사 2·4·5면> 이에 대해 포항시민들은 “발생시점이 고요한 새벽녘이라 강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지만 체감상 여진이라는 말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또다른 지진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들은 기상청이 이날 지진규모를 당초 4.7로 발표했으나 4분여만에 4.6으로 수정했고, 지진발생 7분뒤에 재난문자가 뒤늦게 발송된 점까지 들먹이며 여진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발생 위치와 체감 규모 등 여러 면에서 기존의 여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탓에, 단순한 여진이 아닌 더 큰 지진을 예고하는 전진이거나 아예 새로운 지진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포항시 환호동 김모(71)씨는 “전문적인 분석이나 식견은 없지만 새벽녘에 느낀 강도는 `11·15지진` 못지 않았다”면서 “포항~경주 구간에 큰 지진이 올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떠올랐다”고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이번 지진은 지난 11·15 지진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한데다 본진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크다. 진앙 역시 본진 위치로부터 남서쪽으로 4.6km 떨어져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진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상청 발표 자료를 보면 이번 지진은 기존 관측하고 있던 여진 발생지역 안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여진으로 봐야 한다”며 “최근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큰 지진들을 겪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인 패턴을 보면 이번 여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지진 양상에 대해 김 교수는 “본진의 위치로부터 남쪽으로 조금 치우쳐서 발생한 것이 특이한데, 이는 앞으로 발생하는 지진이 남쪽으로 계속 이동할 건지 아니면 여기서 멈출지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현재 단층이 남쪽 혹은 북쪽으로 얼마나 이어져 있는지 하는 지식이 현재 없다. 최소한 몇십 년이 걸리는 일인데 관련 조사 사업이 경주지진 이후에서야 진행돼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지진이 흔하지 않은 경우라고 보는 시각도 나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진은 통상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 빈도와 최대 규모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석 달 만에 제일 큰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번 지진은 포항 본진 발생 때 만들어진 단층면의 끝자락, 그것도 가장 하단부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당시 쪼개질듯 말듯했던 단층면에 응력이 모이면서 이번에 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아직 쪼개지지 않았던 단층면이 추가로 깨지면서 에너지를 배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즉 본진 단층면이 확장하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단층의 실제 크기를 모르는 현재로서는 결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기상청은 이날 발생한 규모 4.6 지진은 에너지가 본진(5.4)에 비해 1/16 수준인 여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본진보다 규모가 작으면 무조건 여진으로 보는 게 맞다”며 “단층면해 분석 결과 이번 지진은 본진과 비교하면 단층의 밀어올리는 힘이 강한 역단층성 운동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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