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체육관 등 피난민 `북적`
뿔난 기존 거주 이재민들
철거명령 내렸던 포항시에
날선 불만의 소리 쏟아내
포항이탈 차량행렬도 줄이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이곳으로 왔습니다.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11일 새벽 5시 3분 포항에 또다시 4.6의 강한 지진이 들이닥치면서 시민 정모(46·장성동)씨 부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흥해체육관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잠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두꺼운 외투 한 장만 걸치고 나온 정씨는 이번 지진에 대해 “여진이 아니라 새로운 지진인 것처럼 `쿠쿵` 소리와 함께 책들과 화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0대의 이전 여진과 달리 이번 지진은 체감상 10초 이상 건물이 흔들렸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금은 포항에 살기가 너무 힘들다”라며 “일단 여기서 조금 안정이 되면 집에 다시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잊혀져 가던 지진이 11일 다시 발생하면서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체육관은 이날 새벽부터 피난민들로 가득했다.

퉁퉁 부은 얼굴에는 저마다 근심 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새벽임에도 체육관과 흥해읍주민센터 주변은 몰려든 이재민들로 주차공간이 가득차 교통경찰까지 출동했다. 특히, 기존 흥해체육관에서 거주하던 이재민들이 이날 여진 이후 새벽 체육관을 찾은 포항시청 공무원들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재민들은 “포항시에서 이재민 대피소 철거명령을 내렸다가 지진이 나니까 다시 우리를 위하는 척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상황을 설명하러 포항시청 간부에게 “당신하고는 할 말 없으니 나가라”는 등 날이 선 불만의 소리를 쏟아냈다.

포항을 떠나는 `엑소더스` 행렬도 새벽부터 이어졌다.

규모 4.6 지진으로 혼비백산한 시민들이 각자 아파트에서 자가용을 끌고 `탈출`하는 등 이른 새벽부터 포항 시가지를 비롯한 장성·양덕동과 흥해지역 도로에 차들이 줄지어 포항을 이탈하려는 모습들이 속속 보였다.

흥해주민 김모(56)씨는 “가족들은 새벽 지진 이후 부산으로 보냈다”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해가 뜨기 전까지 도로변에는 시동만 켜 놓은 채 집 밖으로 대피한 시민들이 자주 목격됐으며, 환호공원 등 주거지 인근 지진대피소에도 시민들이 가득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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