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열상 등 3명 입원치료
타박상 등 부상자 총 36명
외벽 떨어지고 금이 `쩍쩍`
건물파손 등 재산피해 잇따라
보경사 대웅전 등 문화재 균열
아파트승강기 속 시민 구출도

▲ 11일 새벽 규모 4.6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자 놀란 시민이 지진 피해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11일 새벽녘에 들이닥친 강한 지진에 포항이 다시 술렁였다.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강타했던 포항에 11일 오전 5시 3분께 규모 4.6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진앙은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흥해읍 학천리), 북위 36.08도, 동경 129.33도며 지진 발생 깊이는 9㎞다. 기상청은 지난해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의 여진이라고 발표했다. 규모 4.0이 넘어가는 여진은 11.15 지진 발생 당일 오후 4시 49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발생했던 규모 4.3 지진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포항지진 총 여진발생 횟수는 91회(11일 오후 6시 기준)로 늘었다. 이 중에서 2.0~3.0 미만이 83회, 3.0~4.0 미만 6회, 4.0~5.0 미만이 2회다.

강진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하기 위해 3개월여간 노력하던 포항 시민들은 또다시 지진 공포에 떨었다. 진앙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주변에서는 규모 2.0 안팎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3명이 골절과 열상 등의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33명의 시민이 타박상과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총 3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포항시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3분께 포항시 남구 포항공대 학생식당에서 A씨(21)가 지진에 놀라 급하게 대피하던 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포항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비슷한 시간대에 흥해체육관에 머물고 있던 이재민 B씨(62·여)가 지진 이후 불안증세를 호소해 119에 도움을 요청,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6시 39분께는 북구 대흥동 주민 C씨(67·여) 등 주민 2명이 불안 증세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대책본부는 이들 가운데 A씨 등 3명이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고 나머지 33명은 경미한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귀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건물이 흔들리거나 외벽이 떨어지고 금이 가는 등 재산 피해도 이어졌다. 두호동 4층 건물 벽의 타일이 떨어지고 인근 빌라 건물의 외벽이 탈락 위험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는 등 2건의 건축물이 파손됐다.

흥해읍 이인리에 있는 포항역 역무실과 여객통로 천장 타일 20여개가 떨어져 역무원들이 치웠다. 포항 보경사 대웅전 벽에 금이 발생했고 목조 부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밖에 아파트 2곳에서 승강기가 멈춰 7명이 구조되는 등 5건의 승강기 고장 신고가 접수됐고 아파트 문닫힘 사고가 10곳, 상수도 파열 2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에는 172건, 대구소방본부에 350여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지진이 발생하자 새벽 시간 잠에서 깨어난 시민들은 서둘러 인근 공터와 도로 등으로 대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른 시간 영하의 날씨 탓에 야외에 머물기보다는 차량 안에서 대기하며 지진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진앙지 인근 흥해읍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까운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을 비롯해 초등학교 운동장,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 등으로 이동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난해 지진 당시를 떠올리며 짐을 챙겨 포항을 떠나기도 했다. 흥해읍 한 아파트 10층에 사는 손어영(39·여)씨는 “너무 놀라 자녀들을 데리고 구미 친척집으로 가려고 한다”며 “일주일 정도 포항에 돌아오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시민들은 휴일 집안에 머무르며 동계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면서 지진 정보에 귀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김용숙(63·여)씨는 “물건 등이 떨어져 파손되기는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집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봤다”며 “자연재해는 어떻게 피할 수 없는 것 같아 계속 집에 머물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진 발생한 직후 지진대책본부를 긴급 가동하고 전직원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시는 이강덕 시장 주재로 긴급대핵회의를 열어 지진 피해수습 대책을 논의하고 지진대피소 운영 및 지진 피해 건축물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북도도 이날 경북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피해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김관용 도지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진 상황을 설명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보고했다.

도는 공무원에게 상황을 전파한 뒤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공무원에게 비상대기하도록 지시했다. 김장주 행정부지사는 전날 밤 포항에 머물던 중 지진 소식을 듣고 피해 현장을 점검했다. 김 부지사는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영상회의를 주재하며 상황파악과 현장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포항지진 발생 상황을 보고받고 “주민들이 위험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관계기관이 긴급지시했다. 이 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 소방청장 등 관계기관장은 지진 상황,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대응하고, 기상청장은 국민이 동요하지 않도록 지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관계기관의 전담 인력은 지진 상황 종료 시까지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하라”고 덧붙였다.

/전준혁·이바름기자

    전준혁·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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