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립노인요양병원 정 이사장
직원 유족 아들 대학 입학금 전달

▲ 10년 전 약속으로 장학금을 지원받은 조원재(왼쪽)군과 정시몬 칠곡군립노인요양병원 이사장이 장학증서를 들고 함께 서 있다. /칠곡군 제공

10년 전 유가족과 맺은 약속을 지킨 칠곡군 한 병원의 미담이 공개되면서 추운 겨울 온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칠곡군립노인요양병원에 근무하던 조모(당시 44세)씨가 퇴근길 운전 중 트레일러와의 충돌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사고로 조씨의 부인이었던 전업주부 이모(당시 42세)씨와 슬하에 초등학생, 유치원에 다니던 두 아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더군다나 이씨는 당시 셋째를 임신한 상황이었다. 모아둔 재산도, 고인의 이름으로 가입한 생명보험도 없어 앞으로의 생계가 캄캄했다. 실성한 사람처럼 장례식 이후에도 “남편이 퇴근을 하지 않아요”라며 남편의 근무지를 찾는 등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칠곡군립노인요양병원 정시몬(53) 이사장은 곧장 이 씨를 찾아가 두 형제가 대학교에 입학하면 입학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일자리도 함께 권유했다.

이는 병원 가족이었던 조 씨를 위한 배려였다.

임신 중인 까닭에 일자리는 거절했지만, 이씨는 장학증서를 남편의 납골안치확인서와 함께 장롱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보관했다. 어린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사고가 큰 고통이라고 생각해 장학증서의 존재를 비밀에 부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사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큰아들 조원재 군이 대학교 입학이 결정되면서, 10년간이나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병원으로 장학증서를 가지고 온 유가족들을 만난 정 이사장은 “10년 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반듯하게 살아준 유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했던 입학금 298만원을 지원했다.

이 씨는 “10여년 전의 약속을 지켜준 정시몬 이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힘들 때마다 장롱 서랍 속에 있던 장학증서를 꺼내서 봤다”며 “원재가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해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조원재 군은 오는 3월 경북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한다.

칠곡/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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