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길수<br /><br /> 수필가
▲ 강길수 수필가
`상대로 젊음의 거리`를 아침저녁 불편하게 오간다. 젊음의 거리 재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기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 가을부턴가 본격화 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해 초여름, 포항시당국에서 `정체성이 없는 음주 유흥거리로 형성된 이 거리를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로` 하였다는 보도를 보았었다. 이를 위해 `가로환경개선사업과 유해환경개선사업, 지중화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무렵, 새로 조성될 `젊음의 거리`에 대한 필자의 희망을 본 칼럼에 쓴 바도 있다.

기술자와 작업자, 중장비들이 동원되어 연일 공사가 진행되었다. 새해가 되자, 바뀌어가는 거리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도와 인도, 인도와 가로수의 경계석이 교체되고, 보도블록도 새로 깔렸다. 가로수 밑동에 보호판이 씌워지고, 통신과 상하수도의 표시판도 바꿨다. 전선지중화부대시설이 생기고, 도로한복판에도 없던 경계석이 놓여졌다. 공사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드러난 모습이 내 눈엔 전보다 더 모나고 딱딱해 보였다. 또,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드러났다.

우선, 소 도로와 이어지는 곳이나 횡단보도부분의 차도와 인도의 경계석이, 낮은 기존도로와 달리 높게 설치된 점이다. 왜 높게 했는지 모르겠다. 노약자나 어린이들, 음주한 사람들이 소 도로나 횡단보도로 갈 때는 높은 경계석을 내려서야 하는 부담과 자칫, 넘어질 위험도 안게 되었다.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소 도로로 갈 때도, 횡단보도처럼 내려서 끌고 가야만하도록 되고 말았다. 이곳 인도에서는 자전거를 아예 타지 말라는 뜻인지 모르겠다.

다음, 가로수의 경계석과 보호판이 사각형으로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보호판은 포항시가 표시되어있어 시당국의 주문제작품이다 싶었고, 중간의 무늬들도 모두 사각형이다. 나무 둥치부분의 큰 원형구멍과 네 모서리의 타원형구멍 네 개가, 사각모양과 무늬들의 딱딱함을 다 완화시킬 수 없어 보였다. 인근 다른 도로의 가로수 경계석과 보호판은 원형으로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 다음, 새로 놓는 도로 중앙의 분리경계석은 무슨 용도일까 하는 의문이다. 이쪽 인도에서 건너편 인도로 가지 말라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다 완공되어 봐야 알겠지만 내 눈에는 소통을 막는 설치물로 보였다.

인간은 환경적 존재이다. 인간의 환경을 자연환경과 인위적 환경으로 나눈다면, 도시인들은 자연환경보다는 인위적 환경의 영향을 더 받으며 자라나고 산다. 그러기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이곳을 시당국에서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조성공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문화거리`란 어떤 환경이어야 할까. 당국이 애초에 구상하고 설계했던 문화거리가 지금 나타나는 모습이었다면, 실망감이 앞선다. 설계자는 당국과 참여 주민들의 뜻을 가로환경설계에 반영했을 텐데, 위에 열거한 문제점 같은 것들은 사소하다고 무시해버린 걸까. 도형심리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러 모양들이 어우러진 이 거리의 환경이 찾는 이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자연처럼 모나지 않는 거리환경이 요구된다.

문화는 `소통`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소통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바로 왕래와 친교에서 시작되고, 친교는 모나지 않는 성격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새로 조성되고 있는 `상대로 젊음의 거리`는 소시민인 내 눈에는 오히려 전보다 더 왕래와 친교를 막는 느낌이 든다. 자전거를 타고 진입하기 어려워졌고, 맞은편으로 건너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할 판이다. 또, 새로 설치되는 인도의 기물들은 대부분 사각형이어서 딱딱해 보여 마음이 불편했다.

남은 공사에서만이라도 세세한 부분까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정서에 끼칠 작은 영향까지 깊게 고려하여 시행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