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사계 김장생의 후손으로 영조 때 대사간을 지낸 석당 김상정(1722~1788)이 지은 `석담유고`에 `치재설`이 실려 있다. 즉 사람으로 태어나서 잘못된 행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석당 선생은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시초를 부끄러운 행실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있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하였다. 맹자가 `사람으로서 크게 중요한 일은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라고 한 말과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한 말을 부연해서 설명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평생을 살아가면서 어느 누가 부끄러운 행실이 하나도 없을 수 있겠는가. 잠시나마 스스로의 행실을 되돌아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다잡아 행실을 고쳐나가다 보면 부끄러운 행실을 조금이나마 줄여서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면서 잠시나마 마음을 다잡는다는 것이다.

숙종 때의 대학자였던 백호 윤휴(1617~1680)가 지은 `백록동학규` 라는 시 가운데 독행(獨行)에 대해서 읊은 시가 있다. 이 시 가운데 나오는 `신독(愼獨)`이란 말은 중용에 “군자는 혼자 있을 때를 삼가야 한다.` 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하지 않아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는 경지를 말한다. 이 시의 내용은 학문이란 사람 되길 배우며, 이 학문을 실천하지 못하며, 말만 능히 잘하는 사람을 광대라고 했다.

서구와 한국 고유의 가치가 혼재된 민주주의라는 틀은 한국적 정치 갈등을 여러 가지 형태로 유발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권위주의 정치문화가 생성된 이유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가부장적 남자지배사상과 관료적 엘리트주의를 들 수 있으며, 관료적 권위에 대한 탐욕을 바탕으로 관의 지배와 민의 복종사상, 그리고 자본주의제도의 도입에 따른 금전만능과 배금주의사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권위주의 정치문화 속에 상명하복을 바탕으로 그 부작용이 사회 구석구석을 병들게 한다. 그 한 예가 지금의 적폐청산으로 들춰지고 있는 여러 가지 범죄행위이다.

전방위적으로 부패한 공직자들의 행태는 국민들 눈에는 그 추악함이 상식적인 선을 넘고 있다. 범죄의 수사와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또는 재판의 집행 지휘 등 이에 수반하는 검찰행정의 사무를 처리하여 이 사회에 법과 정의를 세워 청렴을 구현해야 하는 엘리트 집단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고위 간부의 죄의식 없이 행해진 파렴치한 성범죄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사건에 정치권과 검찰수뇌부의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한 담당검사의 폭로를 보고 국민들은 허탈한 상태다. 어디 이 뿐인가. 각 은행과 공기업 채용비리는 `이게 나라냐.`할 정도다.

역사는 지독하게도 반복된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서 현재와 미래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 식민사관의 폐해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조선조 중후기에 있었던 당쟁의 폐해와 관료들의 부패를 잘 알고 있고, 또 그로 인해서 조선의 패망이 앞당겨졌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지도자의 오만과 자존성은 그에 대한 신뢰와 복종적 태도 등의 행태를 보인다. 이에 편승한 공직자들의 충신이란 거짓가면 뒤에서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나라의 운명을 농단하며 어지럽히는 모습이 지난 조선의 패망과 꼭 닮았다.

입버릇처럼 과거를 거울로 삼자고 하는 말은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우리 사회의 공직자들은 특히 고위직일수록 남들이 보지도 않고, 듣지 못하는 곳에서도 자신의 양심을 거울 앞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력과 부를 좇는 공직자들의 위선적인 일탈행위는 결국 한 국가를 망국의 지름길로 인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