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다음은 어느 설문 조사의 결과이다.

무엇을 조사하기 위한 설문조사인지 같이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1위 교사, 2위 경찰, 3위 의사, 4위 운동선수, 5위 요리사”

혹시 감을 잡으셨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중 중학생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 초중고 학생들은 10년 전이나 후나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교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좀 먹는, 그리고 이 나라 갈등의 주범인 정치인은 순위에 없다는 것이다.

자료를 조사하다 재밌는 자료를 찾았다.

그것은 일본 소니 생명에서 일본 중고등 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중고생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의식조사 2017`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다. 그 중 일본 남자 중학생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1위 IT 엔지니어·프로그래머, 2위 게임 크리에이터, 3위 YouTube 등의 동영상 제작자, 4위 프로 스포츠 선수, 5위 엔지니어(자동차 설계 등)” 2007년 진로 현황 조사 이래 우리나라 학생들이 부동의 1위로 선택하고 있는 교사는 9위였다.

양국의 설문 조사 결과를 어떻게 비교하고 해석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양국 청소년들의 인식 차가 크다는 것이다. 단순하게만 보더라도 일본 학생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4차 산업사회를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물론 사회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을 논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와 정부는 뭔가를 해보겠다고 계속 쇼를 하지만, 그럴수록 교육계의 시계는 더 빠른 속도로 거꾸로 가고 있다. 누군가는 말했다, “실력 없는 의사의 최선은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다”라고. 이 말을 교육계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의욕만 넘치는 미생의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만들어내는 교육 제도들은 오히려 한국 교육을 괴멸시킨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과연 이 나라 교육의 변화 정도는 어떨까? 사회 여러 분야 중에서 변화를 주도해야 할 곳이 교육이다. 그만큼 교육은 변화 속도가 빨라야 한다. 속도만 빨라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나라 교육은 변화와는 가장 거리가 먼 대상이 되어 버렸다. 또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사회 변화를 방해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유독 왜 우리나라 교육만 이 모양이 되었을까.

정권 유착, 그로 인한 잦은 교육 정책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사들이다. 지금 이 나라 교사들에게서 사명감, 사도(師道), 헌신과 같은 말을 찾기는 어렵다. 그 자리에 철 밥통이라는 말이 자리한 지는 꽤 오래다.

어쩌면 우리 학생들이 교사가 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최고의 철 밥통은 분명 매력 있는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교권이 무너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직까지 이 나라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분위기가 남아 있으니 적당히 폼도 잡을 수 있으니 어련할까 싶다.

누군가가 말했다, “지금의 교육은 다양한 천재들을 죽이고 있다”라고. 진로를 강요받는 우리 학생들의 꿈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