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신흥도시 선전(심천)에 왔다. 이곳은 홍콩 접경 지역으로 겨울에 쌀쌀하지만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는 곳이다.

중국의 오래된 큰 도시 베이징, 톈진, 상하이 등은 회의차 다녀온 적이 몇 번 있지만, 홍콩에서 가깝다는 신흥도시 선전은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호텔 TV는 평창올림픽 예고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곳에서 영국 타임즈가 개최하는 아시아 대학 회의가 있었다. 아시아 대학 총장 및 관계자들이 모여서 함께 대학발전 전략을 논의하고 아시아 대학 랭킹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런 모임이 수 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300명 정도로 참가자를 일찍 마감했다고 한다.

도대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 선전은 어떤 도시이고 왜 여기서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할까? 역사적으로 선전은 중국 내에서 그리 비중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지는 못했으며 근대에 들어서도 홍콩과 마카오를 출입하며 주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국경 거점지역으로만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 덩샤오핑의 개방 정책에 따라 중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변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영국으로부터 홍콩과 마카오를 반환받으면서 정책적으로 근거리의 선전을 신흥 산업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중국의 정책적 배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회의 기간 중 들러본 선전에 본사를 둔 텐센트(Tencent)라는 회사의 웅장한 모습이 중국의 힘을 느끼게 했다.

텐센트는 1998년 선전에 설립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다. 실시간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QQ를 개발 출시해 단번에 중국시장을 장악하고, 이 메신저는 텐센트의 대표적 사업 기반이 됐다.

본사 복도에는 중국내 QQ의 동시 사용자의 숫자가 표시되는데 2억이 넘는 동시 사용자 숫자가 텐센트의 위용을 느끼게 했다. 메신저를 포함해 온라인 및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포털, 게임,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가치 서비스 사업이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한다고 한다.

텐센트는 QQ 이외에도 메신저인 위챗(WeChat), 개인맞춤형 멀티미디어 제공 서비스인 큐존(Qzone)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가지고 세계적 인터넷 거인으로 자라고 있다.

이날 발표된 아시아 랭킹에서 중국대학들은 일본 대학들을 누르고 싱가포르국립대에 이어 칭화대 2위, 베이징대가 3위를 차지했다. 중국 C9 연구 중심 대학들의 논문의 숫자나 인용수는 이미 일본의 연구중심대학 R11을 누르고 미국이나 영국의 연구중심대학들에 접근한다는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머무르는 호텔이나 호텔 지하의 백화점을 찾았을 때 그 웅장함과 청결함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이 더 이상 아니었다.

작년 중국 선전 하이테크 박람회가 선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유망한 국내 기업 14개사와 함께 문화기술(CT) 공동관을 구성해 참가했다고 한다. 선전의 한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에 한국 교포가 300만을 넘어서면서 미국이 한국 바깥에서 가장 한국의 경제성장을 끌어가는 한국의 연장선의 국토가 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이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중국도 선전을 중심으로 이제 연장선의 국토로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중국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차기 동계올림픽 주최국이다. 한국에 이어 중국이 바통을 넘겨 받는 것도 의미 있는 인연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직도 정치적으로 북한과 한국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정리되지 않은 국가이다. 적어도 한국에게는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적 애매함을 경제까지 적용되지 않도록 대 중국 운영의 묘를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