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준
지붕이 비슷비슷한 골목을 걷다가
흰 비닐에 덮여 있는
둥근 지붕 한 채를 보았습니다
새가 떨고 있었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개를 접고 추락한 작은 새가
바람에 떠밀려가지 않으려고
흰 비닐을 움켜쥔 채
조약돌처럼 울고 있었습니다
네모난 옥상들 사이에서
조그맣게 웅크린
우는 발로 견디는
둥근 지붕
도심의 주택가 골목을 걸으며 시인의 눈에 들어온 풍경 한 장을 따스한 목소리로 묘사해 건네 주는 시다. 지붕은 우리 일상의 삶을 덮어준다. 그 지붕은 친구, 연인, 이웃, 직장, 종교 혹은 사회 전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붕은 넉넉한 사랑과 배려와 나눔으로 우리를 그 아래에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