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미국의 관세폭탄이 지역 수출기업마저 초토화시킬 조짐이다. 유정용강관(OCTG) 미국 수출 1위 기업인 포항의 넥스틸(주)이 미국의 고관세 조치로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또 미국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섬유와 기계부품에 최대 4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해 섬유와 기계부품이 주력인 대구지역도 큰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개별기업 차원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정부의 총력지원이 절실하다.

넥스틸은 지난해 4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1차 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 판정에서 24.92%의 덤핑마진율을 맞았다. 2016년 10월 예비판정 8.04%에서 3배 넘게 증가했다. 2차 연도(2015~2016년)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도 무려 46.37%가 부과됐다. 미국에 수출을 하지 말라는 조치나 다름없다.

넥스틸은 매출의 70~80%가 유정용강관 수출에서 발생하는 수출기업이다. 2015년 유가가 하락하면서 매출은 반 토막이 났지만 2016년 4분기 미국에서 유정용강관 수요가 늘어나며 다시 수주가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높은 관세로 인해 손익구조가 안 맞기 때문에 실속은 없다. 현재 넥스틸은 유정용강관 대신 송유관(라인파이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단가가 낮아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다.

넥스틸은 포항 3개 공장(강동공장 포함)에서 생산라인 5개(연산 72만t 규모)를 가동하고 있다. 이중 12만t 규모의 유정용강관 생산라인 1곳은 현재 가동을 멈춘 상태다. 유정용강관 미국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수출보다 내수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넥스틸은 유정용강관 대신 송유관 생산에 치중하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송유관 도장라인을 새로 설치하는 등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 상무부는 31일 한국에서 수입하는 기계부품인 원추롤러 베어링의 덤핑조사를 거쳐 최대 45%의 관세를 매기기로 예비 판정했다. 전날인 30일에는 한국과 대만에서 수입되는 저융점 폴리에스테르단섬유(PSF)에도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대구 섬유업계는 지난해 생산과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5.2%, 3.5% 감소한 상황에서 한국산 섬유와 기계부품에 대한 관세폭탄 소식에 올해 더 큰 매출 감소를 보일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무역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경계 없는 관세폭탄 조치에 우리 개별기업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한국의 220억 달러보다도 세 배 정도 많은 630억달러 수준인데도 일본은 제재를 피해 가는데, 우리 정부는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역할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