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과 사회에서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카일리(Dan Kiley)가 1983년 자신의 저서 `피터팬 증후군`에서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했다. 우선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는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 어른이 되어도 취업을 못하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사회 진출과 결혼을 미루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가정이 성년이 된 아이들을 피터팬이 된 것처럼 돌봐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환경·임금 분야 규제가 크게 확대되면서 산업계에도 피터팬 증후군이 심각하다. 일부 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졸업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각종 지원이 사라지고 조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외형확대 포기와 사업 부문 매각 등으로 성장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산업계에 나타나는 `피터팬 증후군`이다. 실제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초기 중견기업(매출 3천억원 미만)의 8%가 중소기업으로 회귀 의사를 밝혔는데, 그 이유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지원은 급감하고 규제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최근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성장에 따른 조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등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매출 3천억 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고졸 인력도 연구전담 요원으로 인정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기술사업화 금융지원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부정과 퇴행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피터팬 증후군은 이상은 높지만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사회적 폐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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