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모두 2천423억 원으로 전년대비 499억 원(26.0%) 증가한 가운데, `가상통화(假想通貨)`를 악용한 신종수법이 등장하면서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가상통화로 피해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의 경우 건당 피해액이 1천137만 원으로, 보이스피싱 전체 평균 피해금(485만 원)보다 2.3배나 큰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거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차단정책이 시급하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기존 대포통장 대신 가상화폐를 쓰면 금융권 의심거래 모니터링 및 자동화기기 인출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거액의 출금이 가능하고 자금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사전에 확보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한 뒤 피해금을 송금 받아 가상화폐를 구입하고 이를 전자지갑으로 이전해 현금화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지난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해 기존 대출원금을 가로채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체의 74.5%를 차지했다. 범죄는 금융회사의 실제영업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수법이 정교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수요가 많은 40~50대가 보이스피싱 범죄 전체피해자 가운데 62.5%, 피해액은 66%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2.6% 감소한 4만5천422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의 경우 대포통장 발생건수가 각각 824건(25.9%), 413건(15.0%) 늘어나는 등 제2금융권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7천700건(618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0~30대 젊은 여성들(피해자수 전체의 50.6%, 피해액수 전체의 54.4%)이 범죄의 주 표적이었다. 20대 남성은 취업을 미끼로, 50대 이상은 가족 납치를 미끼로 삼는 등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사기에 이용된 정황도 특징이었다.

보이스피싱은 현대 경제범죄의 골칫덩어리로서 그 사기수법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당국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은 경우 일단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은 뒤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특히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거나 확인서 등을 보여주더라도 이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피해를 입은 경우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인들이 가상통화까지 악용하는 신종수법을 개발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금융당국이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및 모니터링 강화를 비롯한 좀더 효과적인 차단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민들의 경각심을 최대한 높이는 예방대책 또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