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날로부터 봄이 시작한다고 믿었다. 근데 요즘의 날씨로 보아 봄은커녕 한겨울도 이보다 추울까 싶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이 말은 중국의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이 어쩔 수 없이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딱한 사연을 두고 동방규라는 시인이 지은 시에서 따온 것이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 딱히 사용하기 적당한 고사다.
봄은 희망의 상징이다. 봄은 새로움과 다시 시작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봄을 이야기할 때는 꿈과 희망을 떠올린다. 긴 추위 끝에 찾아온 따사로움에 대한 반가움이다.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싹을 피우는 자연 섭리에 대한 경외심과 믿음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 날 각 가정마다 입춘축(立春祝)을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국태민안(國泰民安) 등이 그런 것이다. 가정마다 복이 많이 들어오고 좋은 일들이 올 한해 가득하길 바라면서, 나라와 백성이 편안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번 하는 것 보다 낫다”는 말을 했다. 해마다 되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도 똑 같은 희망을 염원하는 것이 봄이 갖는 의미다.
민족시인 이상화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면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했다. 지금 비록 아직 추운 겨울을 넘어서지 못했으나 봄을 희망한 것이다.
곧 다가올 봄을 맞아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하는 봄다운 봄이 찾아오면 좋겠다. 봄의 소망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