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1단계 구간 개통
첫 주말·휴일부터 `북적`
일 이용객 1천여명 넘는 등
사전 예측수요 크게 웃돌아
축제철 등 폭발적 수요 대비
관광상품 다양화 등 숙제로

▲ 지난 4일 포항~영덕간 동해선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좌석을 찾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동해안 주민들의 80년 숙원이던 동해선 운행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개통된 동해선 1단계 포항~영덕구간은 개통 한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용객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와는 달리 동해안 주민들의 열차이용 열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포항출발 기준, 종착역인 영덕역의 경우 개통 첫 주말과 휴일인 지난달 27~28일 하루 평균 1천여명이 넘는 승객이 이용했다. 주중에도 하루 500명선에 이른다. 이같은 수송실적은 개통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동해선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이 예측했던 영덕역 일일 수송수요 646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앞으로 이용시민이 늘면 역사 편의시설 확장 요구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처럼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그동안 상습교통체증 구간으로 꼽혀온 국도 7호선의 운행을 기피하는 대체이용객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동차를 두고 철도를 이용해 인근 명산을 오르거나 여유로운 교외여행을 즐기려는 움직임은 포항지역의 새로운 흐름이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로 개통된 동해선을 타보려는 포항시민 등의 호기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일 세 자녀와 함께 동해선 기차여행을 떠난 김창규(28·포항시 해도동)씨는 “포항시 공식 페이스북에서 동해선 개통 소식을 알게 됐다”며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 키즈카페에 애들을 데리고 가기 불안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기차로 여행도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같은 칸에 승차했던 전모씨(37·흥해읍)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자동차를 이용해 교외로 나가면 항상 긴장하게 마련이었는데, 느긋하게 기차로 여행하니 절로 편안한 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 씨는 “자동차 운전 걱정에 관광지에 와서도 맥주 한잔 하지 못했는데 동해선을 이용하니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3일 오후 동해선 1단계 개통구간의 출발역인 포항역 플랫폼에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열차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입에서 하얀 입김을 쏟아내면서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먼 발치에서 들려오는 열차의 기적소리를 듣고 “왔다”고 외치며 기뻐했다. 이들은 대부분 울긋불근한 등산복 차림 등으로 차려입은 포항시민들로 영덕, 강구 등지로 당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보였다. 대표적 지역축제로 꼽히는 3월 영덕대게 축제(강구항 일원), 5월 물가자미 축제(축산항), 7월 영덕 황금은어축제(오십천 일원) 시즌에는 열차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예년과 같은 교통혼잡도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동해선이 이처럼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끌자 일부 골든타임대 열차배차 시간대는 좌석이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서서 가야하는 승객들이 많았지만 이용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동해바다가 내다보이는 월포역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여기저기 바닷가 창쪽으로 몰려 부서지는 하얀 포말을 보면서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대부분 밝은 표정들이었고 일부 젊은이들은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경로미덕을 발휘하기도 했다. 탑승객들은 속도가 다소 느린 무궁화호가 오히려 동해안 기차여행에는 안성맞춤이라고 입을 모았다.

열차가 인기를 끌면서 이용시민들의 이런 저런 미비점 지적도 나왔다.

열차를 이용해 편안하게 영덕, 강구 등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등산이나 낚시를 떠나지 않는한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지자체가 열차 관광객들을 관광수요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덕군이 관광 명소 구간으로 내세우는 블루로드를 대표적으로 거론하는 이들도 많았다. 세 구간으로 나눠 운영중이지만 중심지 쪽인 축산항으로 가는 버스 운행 편수가 영덕역에서는 하루 8편에 불과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었다. 배차 시간도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여서 너무 길다. 이 때문에 시간에 승용차를 두고 온 이용객들은 시간에 쫓기는 실정이다. 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려 해도 바가지 요금이 극성이다. 걸어서 15분 거리인 영덕역~영덕군 번화가간을 이용하는데 1만원을 요구해 당국의 지도단속이 필요한 실정이다. 택시 승객 이모씨(40·포항시 덕산동)는 “기본요금은 포항시와 비슷하나 미터당 가산요금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버스와 택시 등이 열차와 잘 연계돼지 않는 교통사정은 다른 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이같은 시비를 없애려면 대표 관광지와 열차역간을 운행하는 셔틀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용객들은 “현재 열차요금이 2천600원으로 저렴한 편인데 나중에 인기가 많아진다고 해서 오르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동해선 기차여행과 관련한 콘텐츠가 늘어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윤환 영덕역장은 “철도 119년 역사상 영덕에 기차역이 생긴 것은 처음인 데다 개통 초기라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군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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