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바람 앞의 촛불을 지키는 심정으로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데 힘을 모아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부탁은 어렵게 성사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살리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해빙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폐쇄되었던 채널이 다시 가동되고 남북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삼수 끝에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바꾸고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오는 9일 세계는 분단국인 남북한이 공동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개막식에 입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는 북한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을 구성하여 `COR`이 쓰여진 유니폼을 입고 링크를 함께 누비며 `아리랑`이 국가로 연주되는 것은 한민족 한 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남북관계를 다시 새롭게 일으키는 것이자 세계를 향해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올림픽은 언제나 다리를 놓는다. 결코 장벽을 세우는 일이 없다”고 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분단된 독일출신으로서 평화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강조하였다. 남북한이 상시적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계속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는 것은 중요한 함의가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하게 된 점이 있다.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이전 세대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이산가족으로 통일문제를 가슴으로 염원하는 세대와는 달리 미래 세대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을 사고하거나 대체로 무관심하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 젊은 세대들의 부정적인 기류는 국가가 내린 결정에 개인이 희생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시각에 기인한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워온 선수들과 사전에 소통이 없었다는 점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지적한다. 스포츠를 한민족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정치화하였다고 비판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 세대들이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진지하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평화와 통일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평창올림픽이 변화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 평창올림픽 그 이후의 여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이중전략의 속내를 고려하고 미국의 대북군사제재 분위기를 감안하여 신중하게 남북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트럼프 정부의 압박과 관여전략,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불편한 기류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거부감 등으로 남북대화 분위기를 확산하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늦추고 평화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정부의 어깨에 놓여진 짐이 무겁다. 이에 더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평화공세로 비난하는 야당의 공격과 북한에 끌려다닌다거나 퍼주기식이라고 비난하는 일부 여론도 정부가 안고 있는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은 미래의 통일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평화는 결코 타국에 위임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국내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대화가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미회담을 이끌어내는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일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여 찬찬히 꼬여있는 매듭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그래서 더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