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사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미국 등에서 전개된 `미투 운동(#ME TOO)`이 한국에서도 뒤늦게 강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직도 낮은 수준인 우리의 `성평등(양성평등 포함)` 의식이 대폭 고양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성추행 구습을 모든 직장의 문제로 일반화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등의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검찰과 법무부까지 발칵 뒤집어놓은 서 검사의 주장은 서울북부지검 특수부 소속이었던 지난 2010년 10월 동기 여검사의 상가에 갔다가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둘뿐인 여성 검사장 중 한 명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렸다. 하지만 벌써부터 `셀프조사`의 결과물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가 조희진 조사단장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교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임 검사는 지난 2016년 의정부지검 근무 당시 상관으로부터 겪은 성폭력 경험을 폭로했다가 조 단장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임 검사는 당시의 대화 등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비망록을 남겼다며 공개 투쟁까지 선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 검사 폭로를 도화선으로 이효경 경기도의원, 이재정 국회의원 등이 성추행 고발에 동참하고 나선 데 이어, 민간기업인 금호아시아나 여성 승무원들의 `미투` 합창이 터져 나왔다. 서지현 검사의 사례는 조직 자체가 범죄를 다루는 검찰이라는 차원에서 일터에서의 성차별적 구태가 직종을 가리지 않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암울한 사회현실을 노정한다.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과 운동가들이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차별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해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의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양성평등기본법이 2015년 7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성차별적 문화는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구태다. 이제 성 정체성의 차이를 기준으로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명예를 차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어쩌면 각계각층의 `성추행 논란`은 필연적인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논란이 사회전반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정쟁의 도구 또는 보복의 빌미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문제를 올바로 해결을 위해서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엄정한 조사와 법률 재정비 등 그릇된 풍토의 혁신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잖아도 시빗거리로 가득 찬 세상이 무절제한 논쟁으로 난장판이 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