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신당을 오는 13일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통합 신당 당명은 미래를 이끌 정당임을 자처해 `미래당`으로 결정했다.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입당과 탈당, 분당과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대선 후보 선언과 사퇴, 양보 등의 행태를 보여 한동안 안철수는 또 `철수`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안철수 신드롬에 힘입어 그는 과감히 정치에 입문해 유력시 되던 서울 시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했다. 지난해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겨우 21.41%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안철수는 이번 또다시 바른정당과 중도 보수 신당을 창당한다. 그 신당은 그가 바라는 대선의 꿈을 성취케 할 수 있을까.

개인 안철수는 능력도 있고 재능도 뛰어난 인물이다. 일반인들이 하나도 이루기 어려운 의사, 교수, 컴퓨터 전문가, CEO, 당대표, 국회의원 자리까지 두루 차지해 보았다. 그가 남은 꿈은 대권에 도전해 승리하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순진한 외모, 부드러운 언행은 세인들의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장점이다. 그러나 그는 적극적인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안철수 정치의 한계이다. 지난 대선 후보 TV 토론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 행태는 아직도 아마추어리즘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안철수입니까, 강철수 입니까.” “내가 MB의 아바타입니까.” 그는 대선 막바지에 연설 스타일까지 묵직한 웅변 톤으로 바꿔 보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은 재현하지 못했다.

안철수 통합 신당은 제 3당으로 성공할 것인가. 그의 통합 신당인 미래당은 그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훨씬 많다. 우선 한국과 같은 양당 정치 구도에는 관심이 적고, 그의 제 3의 길은 먹혀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제 3당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 정치구도에서 보수와 진보 양측을 흡수하고 어부지리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유승민의 3당은 보수, 진보 어느 쪽으로 부터도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 우리의 양극 정치 풍토는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형성하는 서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김종필의 자민련이나 정주영의 국민당, 박찬종의 신당도 선거 패배 후에는 자동 해체되고 말았다.

안철수의 통합 신당은 우선 6월 지방 선거를 서둘러 치러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돌풍인 `녹색혁명`은 이번에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는 통합 반대파인 10여명의 호남 의원을 버리고 9명의 바른정당과 통합을 선언했다. 그는 호남을 포기하고 영남을 획득해 전국 정당화를 꾀해야 각종 선거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의 미래당은 과거의 중도 진보에서 중도 보수 정당으로 우클릭 했다. 안철수는 국민의당의 분당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다음 주 출범하는 안철수 통합 신당이 6월 지방 선거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논의가 본격화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통합신당은 다시 이합집산의 과정을 겪을지도 모른다.

미래당과 안철수의 운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재로서는 안철수의 신당의 제3의 길은 명확치 못하다. 남북이 대치하고 흑백 논리, 진영논리가 판을 치고 양당의 독점구도 하에서 중도 보수 정당은 생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 와중에 안철수 국민의당파와 유승민 바른정당파의 정체성 대립으로 또 다시 내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통합 신당 미래당은 100년 가는 굳건한 정당을 표방했지만 그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이러한 고난의 길에서 아마추어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적 리더십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관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