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도 4·3 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를 의결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지방공휴일 지정을 자체조례 제정으로 의결했다는 점에서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제주도 4·3 희생자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결의됐으나 중앙정부의 동의는 얻지 못했다. 인사혁신처는 제정 취지는 공감하나 상위법에 근거가 없고, 다른 지방의 기념일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수용키 어렵다고 알려왔다. 그럼에도 제주도 현지 분위기는 쉽게 물러설 것 같지가 않다. 인사혁신처의 재의 요구에도 의회에서 결의가 강행된다면 법적 다툼으로 갈 수밖에 없다.

`4·3 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 논란은 이젠 제주도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유사한 기념일을 갖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들도 제주도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2·28이나 광주의 5·18 등이 대표적 예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6월 23일을 지방공휴일인 `위령의 날`로 정해 매년 추모식을 열고 있다. 1945년 3월부터 6월 사이 일본군과 미군이 일본 영토 내에서 벌인 오키나와전은 일본의 패전을 사실상 인정한 전투다. 일본군 10만, 미군 4만, 오키나와 섬 주민 10만여 명 등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큰 희생자를 낸 전투다. 지금도 오키나와 주민들의 기일(忌日)이 4~6월 집중돼 있다. 오키나와현은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 주민들의 집요한 노력으로 지방공휴일을 얻어냈다고 한다.

지방공휴일 제정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주민이 쉬지 않는 공휴일은 의미가 없다고 볼 때 지역에 따라 공휴일이 달라진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적잖은 혼란의 문제다. 국민의 불편은 물론 국가사무 처리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는 `지방분권`을 시대적 명제로 꼽는다. 지방이 골고루 잘살기 위해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공휴일 지정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런 지방분권 운동 차원에서 파생된 문제다. 향후 우리 정부의 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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