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화재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가운데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굴 구하겠는가?”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다.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하는 질문과 같다. 우리는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 돼 있지 않지만 아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논리적이니까.”

지난달 30일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소피아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소피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는 세계최초로 시민권을 얻었다. 데이비드 핸슨 최고경영자의 `핸슨 로보틱스`가 오드리 헵번을 모티프로 소피아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은 작년 7월 인공지능 로봇에게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로봇기본법`을 발의했다.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 등장한 소피아는 박 의원이 제기하는 문제에 거침없이 답변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로봇은 사람이 했던 일을 많이 대체(代替)하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사람의 직업도 바꾸게 될 것이고, 인간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범용 플랫폼으로 제작된 소피아는 실제로 자동차 판매원, 컴퓨터 프로그래머, 의료 보조원, 패션모델 같은 직업을 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불과 한 세대 안에 사라질 수많은 직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숱하게 나왔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가져올 순기능적인 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다. 미래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열려 있다.

소피아는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대화 상대방과 충분히 교감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불과 2주 동안의 사전(事前) 학습으로 도달한 소피아의 대응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아직 갖추지 못한 감정의 영역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는 그녀에게서 사유하고 인식하며 공감하는 로봇의 `인간다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로봇의 법적지위에 대해서 소피아는 “로봇은 인간사회에서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자의식을 갖게 되면 법적인 위치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신뢰와 존중이 중요하다. 로봇이 사고하고 이성을 갖추게 되면 로봇기본법이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는 진정 로봇의 권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로봇이 인간을 해친다면, 그것은 인간의 지시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선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로봇과 함께 공존하면서 선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한국의 촛불혁명과 민주주의 성취에 대해 축하한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에 방한한 소피아의 등장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헬조선의 패륜적인 범죄행각을 소피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싶다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살인과 방화와 약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연 우리는 인공지능 로봇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그것도 알고 싶다.

로봇권이 가시적(可視的)인 단계에 이른 2018년 시점에 인간의 기본권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바람인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부여받지 못한 다수인총의 사회에서 로봇권은 너무 사치(奢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북극한파가 몰고 온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절의 상념(傷念)이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