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 봉

물안개 속 버드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그 아래 골풀과 부들이 밀애를 즐기는지

수런수런 뒤섞여 흔들리고 있다

거기, 민달팽이 한 마리 뿔을 흔들며

은단 같은 이슬에 목을 축이고 있다

집 없어도 잠 잘 잤다는 것인지

느릿느릿 풀잎을 타고 내려와

돌 하나를 넘어간다

내 근심을 넘고 싱싱한 풀밭을 지나

조용히 아침을 불러오는

자그마한 저 우주

한 모금 이슬에 취한 생각의 뿔을 흔든다

오늘은 가시연꽃이 무더기로 필 것 같다

생명의 보고인 창녕 우포늪의 시인 배한봉의 섬세하고 깨끗하나 생명예찬의 목소리를 듣는다. 새벽 우포늪 가를 산책하면서 아침을 열어가는 싱싱하고 고운 자연의 생명체 들고 눈맞추고 인사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체들이 열어가는 아침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