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반비 펴냄·여행, 1만8천원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반비)은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 서경식(67) 교수(도쿄경제대)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예술작품을 만나고 생각한 바를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수상한 바 있고, 카라바조, 단테, 미켈란젤로, 나탈리 긴츠부르그, 레오네 긴츠부르그 등 이탈리아의 여러 작가와 예술가를 소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써왔다.

하지만 이 책에 엮인 내용은 조금 특별하다. 이탈리아 유대인의 역사, 1,2차 세계대전 시기 이탈리아 저항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 연결되지만 주된 관심은 `근대 인문학의 황혼`이라고 할 법한 시대적 변화로 한 발 옮겨져 있다. 60대의 저자가 찾은 이탈리아는 어딘가 조금 달라졌다.

이 책에서는 카라바조, 조르조 모란디, 마리노 마리니, 주세페 스칼라리니 등의 작가와 작품이 소개된다. 각각 다른 시대에 다른 장소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이지만 각자의 시대 각자의 장소에서 치열하게 고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종교개혁의 시대 종교적으로는 정통파이면서도 예술적으로 혁명가이기 때문에 인간 존재의 본성을 가차 없이 그려냈다거나, 파시즘의 시대에 고전성, 고요함, 조화라는 주제에 집중함으로써 반파시즘적인 가치를 추구했다거나, 또 이탈리아 곳곳을 수차례 여행하면서 겪은 여러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이 더해져 생생한 이탈리아 여행기로도 읽힌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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