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지난 주말 전입학을 위한 학생 학부모 면접이 있었다. 서울, 대구, 울산, 부산 등 전국에 주소지를 둔 학부들이 자녀의 전입학을 위해 기꺼이 산자연중학교를 찾아주셨다. 면접에 참가한 학부모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존경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중학교인데 무슨 면접이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산자연중학교는 지역에 있는 중학교와는 달리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국단위 학교이어서 학기말에 선발을 위한 전형을 실시한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鼓舞的)인 일이며, 지원 학생 수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증가 속도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면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지만, 공교육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산자연중학교 지원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공교육이 그만큼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부모들과의 면담에서 늘 그것을 확인한다. 사실 말이 면담이지 언제나 공교육에 대해 질책을 받는 자리이다. “아이 다니는 학교만 생각하면 욕이 나옵니다!”라는 학부모와의 면담은 한국 교육의 성토 자리가 된다.

몇 해째 계속하는 면담이지만 학부모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국 단위의 학교이다 보니 필자는 전국에 계시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어느 한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유독 올해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컸다.

“애들은 자든지 말든지 내버려두고 선생 혼자 수업하는 게 어디 수업입니까. 그리고 질문이 많은 아이들한테는 공부하는 아이들한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자라고 한답니다. 혹시나 자다가 도저히 못 자겠으면 교실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아직도 성적으로 애들을 착한 학생과 문제아로 나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즈음 되면 그 선생님과 일면식도 없는 필자는 죄인이 된다. “말이 좋아 자유학기제지 부모 등골 빼는 거 아닙니까. 한 학기동안 실컷 애들한테 헛바람만 넣어 놓고 2학년 올라 와서는 옛날하고 똑같이 하는데 애들이 어떻게 적응하겠습니까? 이제는 자유학년제까지 한다고 하니 순진한 건지 아니면 교육 현장의 모습을 정말 모르는 건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억지 적폐만 생각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이런 학부모님의 하소연을 알기나 할지?

이렇게 말하면 그것은 대안학교에 지원하는 학부모들에 국한된 사실이며, 그것을 교육계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또 누군가는 학교에서 실시한 영혼 없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여주면서 필자를 비판할 수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교육과 관련한 제도들은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교육 현장의 모습은 별반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에서 개학을 했거나, 방학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세상은 물론, 교육계가 개벽할 것 같았던 2017년 과연 우리 학생들의 겨울 방학 모습은 어떠했을까. 사교육의 상징인 미니버스들이 사교육방지법을 비웃듯 더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지난주 면접실에서 학부모들이 한 말들이 결코 거짓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답이 없는 이 나라 교육계에 어느 학부모님의 산자연중학교 지원 동기를 전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절대 공부 잘 하는 괴물로는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