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한국 테니스계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정현이라는 21세 어린 선수가 테니스의 메이저 대회라는 그랜드슬램 토너먼트(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미국오픈)인 호주오픈에서 본선 4강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다.

4강까지 가는 길에서 세계 4위 즈베레프, 전 세계 1위 조코비치 등을 이기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조코비치는 세계 랭킹이 10위 밖으로 떨어졌지만 작년까지 5년간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나달, 페더러와 함께 세계 테니스를 끌어오던 초특급 스타였다.

사실 정현은 이에 앞서 ATP 투어인 21세 이하 유망주들의 결전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미 자신을 알렸다. 그러나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이런 쾌거를 이룰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국 그랜드슬램 최고 기록은 여자 이덕희 선수, 남자 이형택 선수가 세운 16강이 최고였다.

정현은 랭킹 세계 29위로 뛰어오르며, 이형택 선수가 2007년 기록한 36위를 10년 만에 뛰어넘었다. 그것도 21세의 어린 나이에 이룩한 것이다. 사실상 한국 테니스의 모든 기록을 갱신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은 그동안 불가능으로 여겼던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결국 금메달을 따내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왔다. 골프 박세리, 수영 박태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테니스는 정복이 안 된다는 절망이 있어왔다. 기업들의 스폰을 받으려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테니스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20여년 전 엘리트 테니스 아카데미 `STA 아카데미`를 국내 최초로 포항에 창설한 필자는 `한국 테니스는 왜 안 될까? J 선수의 교훈`이란 신문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 칼럼은 지금도 테니스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데 1994년 16세의 나이로 윔블던 주니어(18세)부에서 준우승을 한 선수를 예로 든 것이었다.

당시 결승에서 맞붙었던 힝기스는 바로 프로로 전향, 수많은 프로 대회에 참가해 경쟁력을 쌓았고 미국 닉볼리티에르 아카데미 등 유명 클럽에서 다양한 상대와 훈련하며 야생의 쌈닭으로 성장했고 결국 세계 1위로 성장했다. 반면 우리 선수는 당시 계속 주니어 대회를 맴돌고 한명의 코치와 지루하게 공을 치고 연습하면서 점점 힘없는 집닭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두 개의 교훈을 배웠다.

첫째, 우리는 주니어 경기에 너무 집착했다. 테니스는 다양하고 강한 상대와 시합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기에 좀 더 강한 경쟁을 해야 한다. 끊임없는 동기 부여와 자극이 선수들을 계속 높은 랭킹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고 머물러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둘째, 한 명의 코치와 연습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선수는 회고했다. 테니스는 고립 상태에서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다양한 상대와 연습해야만 실력이 늘 수 있다. 테니스는 상대에 의해 실력이 늘어가는 경기이다.

정현 선수는 사실 돌아보면 갑자기 나온 스타는 아니다. 위에 지적된 문제를 그는 나름 극복했다. 그를 지원한 삼성이 팀을 해체하고 선수에게 자유를 주면서 금전적 후원만 한 것도 잘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해외 경기를 돌면서 다양한 상대와 경기를 하면서 야생마로 자라났고 어려서 미국 테니스 명문교 닉볼리티에르에 유학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했다.

한국의 모든 분야, 특히 기술 과학 분야도 이런 방식을 따라야 한다.

기술 과학 분야도 오픈된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야생마처럼 자랴야만 우리가 그리도 목메는 노벨상도 탈 수 있을 것이다.

정현이 국민에게 준 희망과 교훈이 한국의 모든 분야에 교훈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