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4명 가스 질식 등
산재 사망 잇따라 `충격`
기계에 끼이고 크레인 붕괴
사고 발생 유형도 제각각
현장선 공포증까지 확산
전문가 “원청·하청·하도급
책임 떠미는 구조가 문제”

▲ 연이은 안전사고와 화재로 포항 철강 공단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30일 오전 포항시 남구 호동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주)프로그린테크에서 불이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유독가스와 싸우며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포항지역 산업계가 안전사고에 떨고 있다. 최근 3주 사이에 근로자 7명이 희생당하는 등 4건의 크고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현장 근로자들은 사고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

`설마`하는 안전불감증과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맞물리면서 산업계에 재앙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산업안전의식에 대한 재무장 등 근본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 기업체들이 말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은 사소한 부주의나 안전수칙 불이행, 기계 오작동 등으로 인한 사고에 무방비 상태다. 이같은 안전사고는 산업보건측면에서 고용노동부의 산업현장 안전지도와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포항지역 지역 현업 근로자들은 최근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9일 동국제강, 25일 포스코, 29일 S사 등 보름새 4건의 사고로 7명의 근로자가 작업현장에서 숨졌다.

30일 오전 9시 7분께 남구 호동 철강공단 내 ㈜프로그린테크에서 불이나 현장근로자 안모(39)씨가 화상을 입었다. 공장에는 유독물질인 페놀 1천300ℓ와 위험물질인 톨루엔 소량이 저장소에 보관돼 있었으나 다행히 추가피해는 없었다.

지난 2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에서 근로자 4명이 질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29일 포항에서 또 2명의 근로자가 안전사고를 당했다. 30일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시 25분께 포항철강공단 내 S사 직원 C씨(37)가 작업장 내 선재제품 보관장 3문 입구 안쪽에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직장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씨가 작업장 밖에서 숨진채 발견돼 산재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S사 동료들은 “C씨는 평소 건강했는데…”라며 안타까움만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남구 장기면 동해레미콘 K씨(54)가 공장내 재활용설비 스크류내에서 얼음제거 작업을 하던중 스크루 작동으로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몰아친 한파로 스크루가 얼어붙은 게 화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25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에서 근로자 4명이 충전재 교체작업 중 질식으로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산소공급 설비공장 냉각타워에서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중 유출된 질소가스를 마시고 쓰러졌다. 주씨 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서 구조대에 구조된 뒤 포항시내 성모, 세명기독, 포항선린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모두 숨졌다. 판박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오후 3시께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는 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깔려 그 자리에서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기계결함, 오작동 및 근로자의 안전수칙 불이행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3주새 포항지역에서 잇따라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업체들도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철강공단 내 D업체의 경우 종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두번꼴로 실시하던 안전교육을 최근들어 매일 오전, 오후 두차례나 강행하고 있다. A업체는 작업장에 투입되는 현장 직원들에게 평소 하지않던 투입전 안전수칙 이행선서를 반드시 하도록 한 뒤 작업에 임하도록 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포항에서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업체마다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일부 위험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현장에 들어 가기를 기피하거나 망설일 정도로 심각한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포스코 사고와 관련해 평소 당국이 산업안전 감독도 소홀히 했고 위험한 작업을 외주로 돌리는데 대한 근본적인 요인제거에 무신경했다”며 “평소에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고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도록 실질적인 지도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상준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산업재해들이 지닌 공통점은 원청, 하청, 하도급 등 다단계로 이어지는 고용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보니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눈치를 살피며 업무를 무리하게 수행해 사고확률이 높아지고 원청업체는 산재가 발생하면 직접고용주인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미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사고 이후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과 고용부의 성역없는 수사, 포스코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특히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30일 포항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만나 위로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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