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27일간 특보 발효
최근엔 영하 15도 밑돌아
하우스재배 의존 딸기 등
야간 10도 내외 맞추려면
한 달 전기료만 수백만원
가뭄에 수막보온도 안 돼

“겨우내 애지중지 키운 딸기가 얼어 버릴까봐 난방비 걱정에 겨우 얼지 않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까지 부족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더…”

경북 북부지역에 영하 15℃를 밑도는 한파가 연일 몰아치면서 지역의 시설재배 농가의 난방비 고충에 물까지 부족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는 예천 등 북부 8개 시군에 한 달 가까이 한파특보를 내보내면서도 수도관과 계량기 동파만 걱정할 뿐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사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봉화군 석포면은 영하 2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더 추위가 몰아치고 있는 지역은 봉화, 영양, 상주, 안동, 청송, 문경, 의성, 예천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겨울철 시설 과일·채소의 경우 대부분 2중 하우스에 난방시설을 가동해 작물을 재배한다. 낮에는 햇빛에 의해 내부 온도가 30℃까지 오르지만, 해가 진 뒤에는 온풍기 등으로 온도를 높여야 작물이 냉해를 받지 않는다. 특히 딸기의 경우 겨울철 시설재배가 대부분이고, 생육적온이 주간 17~23℃, 야간 10℃ 내외여서 난방은 농가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에서 20년째 딸기 농사를 짓는 최상규(58)씨는 최근 계속된 한파로 전기료 걱정이 태산이다. 6천612㎡ 규모의 11개 수막 비닐하우스의 실내 온도를 8℃로 유지하는데 드는 전기료 때문이다. 통상 10월에는 30만~40만원에 불과하지만, 추위가 닥치는 12월과 1월에는 150만~200만원까지 껑충 치솟는다.

최근 한파가 닥친 뒤 최씨는 하우스 내에 등유를 사용한 온풍 난방기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오름세인 기름값에 최소한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1월 8일부터 현재까지 27일간 경북 북부지역에는 한파 특보가 발효됐고, 최근에는 영하 15℃를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최씨는 “지난해 1월 하우스 전기료를 살펴보니 100만원을 냈는데 이달에는 강추위가 지속해 150만원 이상 나올 것 같다”면서 “최근 가뭄으로 지하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관정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시설하우스 보온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난방은 시설농가의 필수이기 때문에 매달 고정적인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기름값도 올라 농가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설정 온도와 비닐하우스 구조·설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난방비는 농가 운영경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더구나 올해는 한파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수막보온재배로 난방비 절약을 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지근한 온도의 지하수를 이용해 2중 하우스 위에 수막을 형성하면 열의 발산을 막아 온실 내부를 보온할 수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수막하우스는 보온효과가 매우 커 약 30~60%의 난방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수 고갈 우려가 크고 겨울 가뭄 시에는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난방비 절감을 위해 하우스를 삼중으로 설치하는 추세다.

2중 비닐하우스 내부에 두꺼운 재질의 부직포 등을 더해 보온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초기 설비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또 시설 농가에 난방은 필수이기 때문에 매달 고정적인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국제정세 등에 의해 비교적 요동치는 유가는 고스란히 농가 부담으로 가중돼 그 여파가 매우 큰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5년 농업용 난방기의 면세유종에서 경유가 제외돼 농업용 유류난방기의 대부분이 등유를 사용하고 있다.

등유의 경우 농민이 면세로 구매를 해도 시중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휘발유·경유는 주행세 및 교통안전환경세 등 적용되는 세금이 많아 면세 할인이 크지만, 등유의 경우 세금 자체가 적게 부과돼 면세로 구매를 해도 1ℓ당 약 90~120원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딸기를 비롯해 토마토·수박 등 시설 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이런 문제에 대해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가 변동은 조절할 수 없어도 농가의 난방비 절감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경북도는 현재까지 농작물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사전 지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는 28일 기준 도내 동파 피해는 총 263건이나 농작물 피해는 현재까지 접수된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관계자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부랴부랴 지원 대책을 마련해 쥐꼬리만큼의 보상금을 주는 것이 전부”라면서 “가뜩이나 FTA(자유무역협정) 때문에 힘든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이 고비용을 들여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를 비롯한 시·군에서는 한파로 인한 월동채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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