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 한창인 포항 부추농가 가 보니…

▲ 포항 지역의 아침 최저 기온이 -6.8℃를 기록하며 주말 동안 주춤했던 한파가 다시 찾아온 29일 남구 연일읍의 부추 농가에서 수확한 부추 출하를 위해 분주히 손길을 놀리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한파고 뭐고 우리는 쉴 새 없이 바쁘니더”

포항지역은 최근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는 매서운 한파가 연일 이어졌다. 대부분의 농가가 매년 이맘때면 농한기를 맞지만 혹한의 추위속에서 쉴 새없이 일손을 놀여야 하는 바쁜 농업인들이 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손발이 얼어붙을 것 같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9일 오전 11시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한 부추농가를 찾았다.

제철을 맞은 포항지역 특산품 `포항부추`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은 분주했다. 두터운 비닐하우스 입구를 손으로 젖히고 들어서자 따뜻한 훈기가 느껴졌고 부추 특유의 알싸한 향이 코끝으로 전해졌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주인인 김순애(59·여·연일읍 중명리)씨가 인부들과 함께 부추 포장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부추를 노끈으로 묶어 전달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상자 안으로 채워놓느라 분주한 모습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렇게 포장된 부추는 오후 1시 남포항농협 농산물집하장으로 출하해 서울 가락시장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올해 작황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뭄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로 부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부추를 다듬다가 빨갛게 변해버린 끝 부분을 보여주며 “지하수 고갈도 모자라 인근 형산강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영향으로 염분 농도가 올라 부추의 질이 떨어졌다”면서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못내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그의 경우 30동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평년에는 수확 시 많게는 1동에 100만원 정도의 소득이 발생하지만 요즘은 1동에 30만원 정도밖에 수익이 나질 않고 있다.

부추의 수확시기는 매년 12월부터 4월까지로 이 기간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수확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 농사도 벌써 절반 이상이 끝난 셈이다.

남편의 건축 사업이 어려워지자 부추농사를 선택해 12년째 해오고 있는 김씨는 파종부터 수확, 농사의 모든 과정을 체득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다리와 허리에 관절염과 디스크 등 고질병도 생겨 고생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부추 농사에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달까지 비교적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다 이달 들어 닥친 갑작스런 한파도 농가들의 근심거리다. 비닐하우스의 실내온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요금과 알코올연료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김순애씨는 “한창 수확철을 맞아 제일 바쁜 시기지만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어려운 농가들이 많다”며 “추운 날씨에도 밭에서 고생하는 농민들을 위해 시민들도 포항부추를 많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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