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地選 공천권 행사 잘하면 `藥` 못하면 `毒`
21대총선 겨냥 `양날의 칼` 사이에서 심사숙고

“지방의원을 바꿀까. 아니면 재공천할까.”

6·13 지방선거에서 첫 공천권을 행사하는 대구·경북(TK) 초선의원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지역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초선의원들에게 공천권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실제 공천권을 통해 지역 기반을 튼튼히 하면 재선행보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공천권을 잘못 행사하면 정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TK 초선의원들의 선택에 지역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북지역 초선의원은 김석기(경주), 백승주(구미갑), 장석춘(구미을), 최교일(영주·문경·예천), 이만희(영천·청도), 김정재(포항북) 의원, 대구지역 초선은 곽대훈(달서갑), 추경호(달성), 정종섭(동갑), 정태옥(북갑), 곽상도(중·남구) 의원 등 총 11명으로,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다.

지방선거에서 의원들의 입김은 기초의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TK지역에서 한국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현역의원들의 영향력은 타 지역에 비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선의원들은 지방선거에서 물갈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경향이 짙다. 통상적으로 중진의원 지역구보다 초선의원 지역에서 물갈이 폭이 더 컸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지역구 기초의원 등이 전임 의원들에게 공천을 받은 탓에 초선의원들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깊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전임 의원들에게 공천을 받은 지방의원 등은 재공천을 받기 위한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의원이 지역구를 방문하면 지방의원들이 수행하는 등 현역의원들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현역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공천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의원들이 지방의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눈밖에 나지 않으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인사는 “초선의원들은 자신이 공천하지 않은 지방의원은 `내 사람이 아니다`는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TK지역 초선의원들은 공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까지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한 초선의원 지역에서는 물갈이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원이 바뀐만큼 시·도의원도 바꿀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일부 의원들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공천을 놓고 갑을로 나뉜 지역구 의원들끼리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초선의원들이 양날의 칼인 공천권을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내정할 경우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해 경쟁자들로부터 견제받을 시 21대 총선에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이미 일부지역에서는 현역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21대 총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초선의원들이 개혁공천과 안전공천 사이에 절묘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며 “공천권을 마음껏 휘두를 경우 오히려 의원들이 역풍에 시달려 21대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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