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산소공장에서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포스코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유출된 질소가스를 마신 뒤 모두 숨졌다. 경남 밀양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무려 38명의 귀한 생명을 잃었다.

대구 신라병원에서도 불이 났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끊임없는 재난과 사고는 이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 불감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다. 정부정책의 최우선순위를 `국민안전`에 맞춰야 할 시간이 왔다.

지난 25일 오후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에너지부 산소공급 설비공장 냉각타워에서 내장재 교체작업을 하던 포스코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유출된 질소가스를 마시고 쓰러졌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서 구조대에 구조된 뒤 포항시내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모두 숨졌다.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두 38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말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대형 화재다. 질병을 치료해 살겠다고 들어간 병원에서 화재로 18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다는 사고소식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진천동 신라병원 2층 탕비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건물 일부를 태우고 약 2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당시 병원 5층과 6층에는 각각 중환자 15명과 경증 환자 20명이 있었으나 대부분 자력으로 피난했고 일부는 소방과 경찰의 안내에 따라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건물 밖으로 벗어났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정치권과 언론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그토록 강조해왔지만 공염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낚싯배와 유조선 충돌, 타워크레인 전복, 미숙아 집단 사망 등 굵직한 사고가 그치질 않고 있다. 그 동안 정치권은 대형사고가 날 적마다 허겁지겁 몰려다니면서 면피용 사진이나 찍고 잊어버린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정부는 소방여건 개선, 취약건물에 대한 제도정비 등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 역시 머리를 맞대고 철저한 안전점검과 예방책들을 생산해내야 한다.

`안전한국`을 만드는 일에 `시민의식`은 필수적이다. 온 국민들이 나서서 `안전 불감증` 고질부터 고쳐내야 한다. 투철한 안전의식을 갖추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나 하나의 부주의가 많은 인명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국민안전`에 두고 더 이상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하루속히 혁신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