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세상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노인의 건강과 날씨도 마찬가지다. 눈앞에서 전개되는 남북관계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해 북핵과 미사일이 시험 발사되고 성주의 사드 배치는 동북아를 긴장시켰다. 미국의 최첨단 전폭기가 북방한계선을 넘나들고 핵 항공모함이 동해까지 진출하고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더욱 강화됐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과거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가 탁구공 하나로 녹았듯이 이번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여가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에 대해 겉으로 큰소리치지만 내심은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자신들의 핵보유국 선언과 군사적 퍼레이드는 그들 내부 결속용은 될지언정 외교적으로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은 그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간을 벌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그들이 과거 보수정권과 다른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에 신년사를 통해 즉각 응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 당국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남북관계를 시급히 복원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한 진정한 수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평창 이후의 그들의 태도를 주시해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양분돼 있다. 정부 여당은 남북의 화해를 위해 이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반도의 긴장으로 우려했던 평창올림픽의 안전이 보장되고 세계적인 평화 축제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평창 올림픽은 평양 올림픽`이라고 비판하고 천신만고 끝에 유치한 평창 올림픽을 북한 김정은의 선전장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북한당국은 선수단 규모에 비해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하면서 그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예술단 단장 현송월의 방남에 대해 정부의 환대하는 태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비판도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에 대한 국내의 여론도 분열돼 안타까운 일이다. 환영하는 입장은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여기에는 평창 올림픽이 남북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종국적으로 북미대화로 선순환할 것이라는 희망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비해 반대 입장은 올림픽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남북의 공동 입장과 한반도기 사용, 아이스 하키 단일 팀 구성에도 불만이 많다. 여기에는 20, 30대의 부정적 여론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북한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평창 올림픽을 선전장으로 잠시 이용하고 다시 핵과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 이후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은 또 핵실험 등 군사적 모험주의를 재개할 것인가. 미국은 평창 이후 즉각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당국이 당분간 통남봉미(通南封美)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평창 이후에도 남한과의 대화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25일 북한 당국은 당, 정부, 사회단체 연석회의에서도 남북의 관계 개선과 다방면의 교류 협력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들이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한 회담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핵의 동결내지 포기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의는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북 제재와 남북 화해라는 상반된 변수를 적절히 조정하는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적 변수이다. 평창 이후 북한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