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임 최부식 포항문인협회장

▲ 최부식 포항문인협회장은 “기관지 `포항문학` 창간 이래 선배들의 포항문학 정신과 활동이 오늘을 있게 했다”며 “그 역사적 자취와 정신을 기반으로, 포항문협·`포항문학`을 더 새롭게 발전·확산시키는 기치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작가 안성용 제공

포항지역 문학의 산실이자 중심인 (사)한국문협 포항지부(이하 포항문인협회) 신임 회장에 최부식(60) 시인이 최근 선출됐다.

최 신임 회장은 “문우들의 작품수준을 높이는 데 진력하겠으며, 문학이 문자로써 작품 속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민 일상 속으로, 지역문화예술 품격 향상과 포항시 발전에 큰 몫을 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최 신임회장과 만나 포항문인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관지 `포항문학` 더 새롭게 발전
문예아카데미·쇳물백일장 등 통해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 부흥에 한 몫

△흔히들 문화예술은 우리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준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어떤 장르인가요.

- 현대사회를 `피로사회`, `우울사회`라고 하지요. 현대인이 겪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간단히 정리한 단어인데, 익히 아시다시피 우리네 삶은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보다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런 일의 연속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이죠. 그래도 피할 수 있다면 이런 쓴 잔만은 물리치고 싶은 게 사람인데,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종교에 의지해 절대자가 일러준 진리를 찾아 나서고 사람이 살아가야할 도리를 좇아가고자 합니다. 또 숱한 선각자의 가르침을 헤아리며 삶의 방법을 찾아 실천해 가고자 하죠. 그러면서 어떤 분들은 일터에서, 가정에서 피로하고 우울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운동이나 취미 등 갖가지 방법과 도구로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죠. 어쩌면 문화예술도 크게는 그런 범주 안에 있고, 문학 또한 그렇다고 봅니다.

△대중들이 문학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문학을 무척 무겁게, 고상한 차원에서 접근하고 보기보다는 우선 가볍고 편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이 우리네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심지어 구원의 빛이 되고 탈출구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분야가 아닐까요? 그만큼 일상의 반복은 진지하고, 지루하면서도 바쁘고, 진저리칠 정도로 우리 몸과 마음을 그냥 놔두질 않는다는 얘긴데, 문학이 그런 어떤 처지와 상황에서 위로와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면 분명 눈여겨볼 부문이 아닐까 합니다.

문학은 문자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또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자신의 삶을 엮으면서 자신만의 내밀한 것을 문자로 적고 싶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말만 하자니 정리가 안 되고,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 때문에 글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 생각과 말을 문자로 가지런히 적기 시작하는 게 문학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이미 걸어 다니는 `시`요, `소설` 그 자체입니다. 모두 시인이자 소설가요 수필가격인 삶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문학적인 어법과 전개를 하면 본격 문학으로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지요. 문학은 높고 먼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의 대중화와 지역민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포항문인협회의 올해 사업 계획을 소개하신다면.

- 포항문인협회가 발족한 건 1979년입니다. 1981년부터는 기관지 `포항문학`을 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학생·성인이 함께 하는 문학강연과 각종 백일장을 열어 지역 문화활동의 지평을 열어가면서 지역 문학인의 저변확대, 시민 정신문화 고양에 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포항문협이 큰 몫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올해도 포항의 선배문인들의 문학 정신과 자세를 이어받아 견지하면서 회원들의 문학적 기량을 더 높이려고 합니다. 특히 포항시민과 함께하면서 시민의 정서함양과 문학인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여러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 중 `백일장`이 있는데, 포항문협의 한해 큰 사업은 크게 각종 백일장 개최와 기관지 `포항문학`발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백일장은 우선 4월 7일에 열릴 예정인 `쇳물백일장`과 5월 중순의 `평보백일장`, 9월 초 개최예정인 `재생백일장`이 있습니다. 이밖에 5월 중순`보리문학제`를 비롯해 `포항소재문학작품 공모` 등 여러 행사를 더 일신해서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의 도시, 포항`, `문학의 도시, 포항`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특히 포항문협이 포항에 문학인구 저변확대를 꾀해온 문협 부설 포항문예아카데미가 지난해로 성년을 맞았고 올해는 21년째가 됩니다. 그간 수강한 분들만 800여 명이나 되고, 수료한 분들은 등단과 더불어 활발한 문학 관련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포항문예아카데미 강좌의 중심은 비록 문학이지만 포항에서 인문학 강좌형태로 이토록 시민강좌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2월부터 수강생 모집에 들어가는데 문학에 관심 많은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포항문인협회 기관지 `포항문학`이 올해로 창간 38년, 호수로는 45호째를 맞았습니다. 올해 포항문학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보신다면.

-`포항문학`은 포항문인협회와 회원의 정신이자 문학 방향타입니다. 한흑구, 이명석, 빈남수 선생을 비롯해 손춘익, 박이득, 성홍근 작가들이 포항에 거대한 문학의 뿌리를 내리게 한 문학의 산실(産室)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김정구, 김일광, 김만수, 이대환 작가와 현 회원들이 문학의 꽃을 피웠고 향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 자취는 포항의 역사문화예술의 뿌리입니다. 나아가 포항의 역사를 일구면서 시민의 정신문화고취와 고양에 앞서온 문학운동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포항문학`발간 때마다 전국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고, 포항의 곳곳의 이야기를 전국에 알리는 창구 구실도 했습니다. 이런 문학전통과 정신을 계승해 포항문인들의 문학 내적 도약과 성숙, 나아가 지역을 너머 전국문단에 새롭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 숙제는 현 포항문인협회 회원의 몫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포스코 창사 50주년`, `포항 지진`, `포항시의 문화예술도시정책`이라는 전환과 변화를`포항문학`에서도 문학적으로 주목할 방침입니다. 그 안에서 삶을 일구어 나가는 시민들이 있고, `문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으시다면.

- 문학은 타 문화예술장르처럼 시각적이거나 부피가 크지 않습니다. 책과 책 속의 문자로써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들꽃처럼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보잘 것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울림은 장쾌하고 담대하고 멀리까지 퍼져갑니다. 그윽하고 향기롭게, 부드러우면서 명료한 울림이 있는 게 문학입니다. 세상을 일깨우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까지 있습니다. 사랑도 넉넉하고 눈물도 가득합니다. 어머니 품처럼 따스합니다. 하지만 문학 그 자체는 가난하고 문학인들은 더더욱 외로운 존재입니다. 피하지 않습니다. 그게 문학의 소명이자 문학인의 길이니 말입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 문학책이 저 멀리 밀려나고 밀어내는 시대, 세대입니다. 이 세태는 글을 읽지 않고, 손 글씨를 대신 컴퓨터 자판, 스마트폰 문자로만 잽싸게 날리는 시대를 낳았습니다. 시청각 도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진보·진화하고 있으나 문학은 여전히 종이 한 쪽에서 문자로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시대입니다. 어디 문학인들만의 생각일까요? 우리의 영혼을 매만지는 문학을 꿈꿉니다. 포항문인협회·`포항문학`이라는 이름을 부여잡고, 포항시민과 함께 어울리는 포항문인들이 되고자 합니다. 열린 공간, 새로운 문학적인 기획으로 시민의 삶에 보탬이 되고, 포항의 문화예술과 포항시 발전에 한몫을 하고자 합니다.

■ 최부식 포항문인협회장 프로필

△경주 출신 △계명대 영어영문학과 △포항문협 부설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 역임 △포항MBC PD·편성제작국 국장 퇴임 △방송작품(TV다큐) `문자 천년의 여정, 이두에서 한글까지``겸재 정선, 청하의 가을을 보다`외 △저서 시집 `봄비가 무겁다`, `남기고 싶은 경주이야기`(편저)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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