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지방분권개헌`을 놓고 벌이는 몽니부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 약속했던 `지방분권개헌` 공약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모양새다. 선거 때마다 지역표심을 노려 앞 다투어 내놓은 공약을 손쉽게 뒤집는 정치권의 기만적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한국당은 `지방분권개헌`의 절박성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국민회의)는 지난 24일 박재율 공동대표 등 전국 각 지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한국당 중앙당사 노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의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홍준표 대표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국민회의는 “대선이 끝난 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아서 홍 대표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대선공약을 뒤집는 발언과 행보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이 지난 1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6월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을 파기했다”며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회의는 또 “최근 홍 대표와 한국당의 일부 의원들이 마치 지방분권개헌 자체가 필요 없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이는 현행 헌법이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주민자치권 등 지방분권의 핵심요소들을 제약하고 있음을 모르는 `무지`가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도외시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와 행태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일갈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방분권개헌`을 공약한 당사자인 홍 대표의 어이없는 표변에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제도는 현행 헌법에 선언이 돼 있으니 개헌이 아니라 행정안전부령 개정을 통한 자치조직권 강화, 국세와 지방세 구조 전환을 통한 자치재정권 강화를 하면 될 일”이라고 말해 지역민들의 간절한 `지방분권개헌`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한국당의 정치 전략을 한편으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개헌`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 뭔가 속전속결을 노리는 듯한 더불어민주당의 꿍꿍이 행보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느껴진다. 높은 국민지지율을 동력삼아 `권력구조`에서 뭔가 한바탕 당리당략을 섞어 휘두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인 한국당이 개헌국면에서 `지방분권개헌`을 반대하는 전법을 구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허언(虛言)을 일삼는 거짓말 정당`으로서의 이미지까지 덧대어지면 치명타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개헌`을 통해 하루속히 낡은 중앙집권주의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이 나라 `민주주의`의 완성은 요원하다는 엄중한 진실을 한국당은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